‘비협조’ 청와대 압박… 조직적인 사건은폐 증거 나오나

‘비협조’ 청와대 압박… 조직적인 사건은폐 증거 나오나

입력 2012-11-12 00:00
수정 2012-11-1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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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靑 압수수색 배경·전망

내곡동 특검팀의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 결정은 관련 자료 임의제출 형식 등 여러 가지 수사 방식 가운데 가장 강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와대 측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수수색 영장은 집행 이후 알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집행에 앞서 발부 사실이 파악됐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토대로 수사의 정당성을 드러내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청와대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하려는 것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이상은 회장에게 부지 매입 자금으로 현금 6억원을 빌리기 위해 작성했다는 차용증 원본 파일, 시형씨의 검찰 서면 답변서를 대필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특검팀은 청와대로부터 내곡동 사저 및 경호시설 터 매입계약, 예산집행 관련 자료 등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았지만, 차용증 원본 파일은 확보하지 못했다. 시형씨의 진술서를 대필해 준 행정관도 청와대의 비협조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특검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기존 태도를 감안하면 청와대 측이 특검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이유로 특검팀의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특검팀으로서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건네받는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정권 실세들의 유전개발 개입 의혹을 수사한 유전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 없이 제3의 장소에서 청와대 비서실 컴퓨터 하드를 임의 제출받은 바 있다. 과거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국가기관이 거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가정보원의 경우 2005년 불법도청 혐의로 검찰에 의해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검찰도 압수수색에는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대검 공안부장실과 공안 2과장실, 공안연구관실 등 대검 청사 4곳을 압수수색했다. 2010년 7월에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으로 총리실 일부가 압수수색 대상이 됐고,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은 2009년 5월 박연차 당시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수사 때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특검팀이 청와대 협조로 압수수색에 나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도 주목된다. 검찰이 같은 사안으로 수사를 벌였고, 특검팀의 청와대 및 경호처 압수수색이 충분히 예견된 만큼 청와대 측이 사건 관련 자료를 이미 파기했을 가능성도 크다. 만약 압수수색까지 했는데도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특검팀으로서는 역풍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시형씨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 1100만원을 청와대 경호처에 전달한 인물은 당초 알려진 김세욱(58·복역중)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행정관이 아니라 같은 기획관실 소속 박모 전 행정관이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특검은 박 전 행정관을 지난달 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총무기획관실이 사저 부지 매입 대금을 처리한 과정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2012-11-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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