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분홍택시’ 무늬만 ‘여성 친화’?

청주 ‘분홍택시’ 무늬만 ‘여성 친화’?

입력 2012-11-15 00:00
업데이트 2012-11-15 11: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모범기사’ 선정, 택시회사에 맡겨…기사들 “조건 안돼도 배차”

청주시가 교통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도입한 ‘분홍택시’가 애초 취지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청주시에 따르면 여성과 노인 등 교통 약자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66대의 ‘분홍택시’를 도입됐다.

차체를 분홍색으로 도색한 이 택시에는 카드결제기와 GPS가 장착됐고, 차량 정보를 휴대전화로 발송하는 ‘안심 귀가서비스’ 기능도 갖췄다.

한 달간 시범운행했던 분홍택시는 오는 20일부터 본격적인 운행에 나선다.

한 회사에서 7년 이상 근무하고 무사고 경력이 5년 이상인 ‘모범 운전자’만 운전대를 잡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승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직이 잦은 청주 택시업계에서 이 기준을 충족하는 ‘모범 운전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청주 A 택시업체 관계자는 “한 회사에서 7년 이상 근무한 운전자가 거의 없다”며 “분홍택시를 배정받는 기사들은 3년 이상 근무했거나 무사고 2∼3년 남짓한 운전자들”이라고 말했다.

기준에 맞는 기사도 드문데다 청주시가 선정 권한을 각 택시회사에 위임한 탓에 ‘모범 운전자’를 정하는 기준도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B 택시업체 관계자는 “회사 자체 기준에 따라 모범 운전자를 선발해 분홍택시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그러나 “순번에 따라 분홍택시나 일반택시 구분없이 배차된다”며 “분홍택시를 배차받은 기사라고 해서 일반택시 기사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분홍택시 기사들이 2교대를 하지 않고 ‘나 홀로’ 운행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택시 한 대당 2∼3교대로 운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분홍택시는 대부분 ‘1인 1차’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택시기사가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해 운행하면 상관없지만 대부분 사납금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할 수밖에 없다.

기사의 피로가 쌓여 안전운행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분홍택시 운전자는 “사납금으로 하루에 12만 9천원을 내고 있다”며 “이 돈을 채우려면 하루 14시간 이상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통 약자를 위해 안전하고 모범적인 운행을 기치로 내건 것과는 달리 신호 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등 법규를 지키지 않는 분홍택시들이 적잖이 목격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택시지부 김관식 신화분회장은 “택시기사들이 사납금을 채우려고 무리하게 운행한다”며 “분홍택시의 안전을 담보하려면 사납금이나 인력 수급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대중교통 박병승 주무관은 “분홍택시는 시내 11개 택시업체가 자발적으로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회사마다 택시기사 경력이나 근로계약이 다르기 때문에 지자체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분홍택시 운전자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면 바로 교체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주시가 분홍택시 등 ‘안심콜택시’에 지원하는 비용은 5년간 8억 5천680만원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