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누명 납북어부 19년 만에 死後 무죄 판결받아

간첩누명 납북어부 19년 만에 死後 무죄 판결받아

입력 2012-11-21 00:00
업데이트 2012-11-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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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53일간 영장없이 불법 구금된 사실 인정”

오징어잡이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다 돌아온 뒤 간첩으로 몰려 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어부가 19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그러나 이 납북어부는 진실 규명을 보지 못한 채 재심개시 결정이 내려진 직후 숨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김인겸 부장판사)는 21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7년을 복역한 故 윤질규(56년생·2011년 별세)씨가 청구한 재심사건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수사관들에 의해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되고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53일간 영장없이 불법적으로 구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일부 가혹행위로 인한 자백이나 범행을 재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공소사실의 증거들은 더는 유지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강원 고성이 고향인 윤씨는 20세 때인 1976년 8월30일 오징어잡이 어선을 타고 속초항을 출항했다.

당시 동료 어부 23명과 함께 동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윤씨는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돼 이북 원산 등지에 수용된 뒤 40여 일 만인 같은 해 10월14일 귀환했다.

이후 윤씨는 1983년 12월1일 밤 고성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해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돼 간첩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수사기관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거진 일대의 경비 상태나 초소 위치, 군부대 배치 상황 등의 군사상 기밀을 탐지·수집한 혐의를 씌워 윤씨를 기소했다.

1심 법원인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1984년 5월31일 윤씨에게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고 1985년 2월 대법원의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윤씨는 1991년 5월25일 가석방될 때까지 7년여를 복역해야만 했다.

”억울함을 풀겠다”며 사건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접수한 윤씨는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진 직후인 지난해 3월 진실규명 결정을 보지 못한 채 숨졌다.

윤씨의 재심사건을 맡은 한 변호인은 “재심 개시 결정 이후 첫 재판을 마쳤을 무렵 의뢰인이 사망했다”며 “과거 수사기관의 조사 중 가혹행위 후유증으로 평생 힘들게 지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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