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 관심을… 총 2500㎞ 걸었죠”

“발달장애인에 관심을… 총 2500㎞ 걸었죠”

입력 2012-11-23 00:00
업데이트 2012-11-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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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자폐성 1급 장애 이진섭·균도 씨 부자

“누군가 1명 희생되고 나서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면 나라도 나서자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수백만 발달장애인 가족과 함께 계속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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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며 48일간의 전국 일주를 마친 자폐성 장애인 이균도(오른쪽)씨와 아버지 진섭(왼쪽)씨가 22일 서울 여의도에 도착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부자는 환한 미소도 닮은꼴이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며 48일간의 전국 일주를 마친 자폐성 장애인 이균도(오른쪽)씨와 아버지 진섭(왼쪽)씨가 22일 서울 여의도에 도착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부자는 환한 미소도 닮은꼴이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며 부산에서 강원도를 거쳐 서울까지 장장 800㎞에 이르는 도보종단에 나선 이진섭(48)·균도(20·자폐성장애 1급) 부자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도착했다.

이씨 부자는 지난달 5일 부산 기장을 출발해 울산, 포항, 삼척, 강릉, 양양, 춘천, 남양주를 거쳐 48일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이씨 부자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얼굴은 새까맣게 탔지만 대장정을 마쳤다는 기쁨에 균도씨는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이진섭씨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회에 꼭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 부자는 지난해 3월 ‘균도와 함께 세상걷기’ 프로젝트를 시작해 이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부산~서울, 부산~광주, 광주~서울, 부산~서울 등 총 2500여㎞를 걸었다.

발달장애란 나이에 걸맞은 발달이 이뤄지지 않아 발달 선별검사에서 해당 연령 정상 기대치보다 25% 뒤처져 있는 경우로 뇌성마비나 자폐증 등을 의미한다.

이씨는 “발달장애인에게는 신체장애인과 전혀 다른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체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균도는 1급 장애인이지만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한달 60시간밖에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발달장애인 법 제정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직장암 초기인 이씨와 4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균도씨에게 도보종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숙소나 식당을 찾아 헤매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그러나 이씨 부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꼬박 기다려 100만원이 넘는 거액을 손에 쥐어주고 간 장애아 부모, 지나가다 맛난 밥 사드시라며 2만원을 주고 간 택시기사 등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하루 일과를 기록하는 페이스북 계정에는 2000여명의 친구도 생겼다.

이씨는 “한편으로는 갑상선암 투병 중인 아내에게 잠시나마 휴가를 주고 싶었다.”면서 “전국의 발달장애인 가족을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우리의 뜻을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2012-11-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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