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세 개의 굵은 선, 다른 상품과 구별”
위치상표를 상표의 한 가지로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첫 판결이 나왔다.위치상표란 특정한 문양은 아니지만, 의류 등의 특정 위치에 부착돼 상품의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표장을 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0일 유명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악티엔게젤샤프트가 제기한 ‘삼선 셔츠’의 상표등록 거절결정 취소 소송에서 등록거절결정을 유지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는 “상의 옆 부분의 세로 줄무늬는 위치상표에 해당해 식별력을 지닌다”며 “원심은 상표의 식별력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 규정에 따르면 ‘기호·문자·도형 각각 또는 그 결합이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을 이루고 이러한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이 지정상품의 특정위치에 부착되는 것에 의해 자타상품을 식별하게 되는 표장’ 즉, 위치상표도 상표의 한 가지로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우리나라의 상표 출원 및 심사 과정에 출원인이 위치상표라는 취지를 밝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치상표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원합의체는 표장에 표시된 지정상품 형상 부분의 구체적인 의미를 따져보지 않고 이를 일률적으로 표장의 외형을 이루는 도형이라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아디다스는 2007년 6월 특허청에 상의 옆구리 부분에 세로로 3개의 선을 넣은 ‘삼선’ 셔츠의 상표등록을 요청했으나 특허청이 상표등록을 거절하자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했으나 이마저 기각됐다.
그러자 아디다스는 특허법원에 상표등록 거절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법원은 ‘옆구리에서 허리까지 연결된 세 개의 굵은 선’은 독립적인 하나의 식별력 있는 도형이라기보다 상품을 장식하기 위한 무늬의 하나 정도로 인식될 뿐이라며 상표등록 거절결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세 개의 굵은 선이 지정상품의 옆구리에서 허리까지의 위치에 부착되는 것에 의해 자타상품을 식별하게 되는 위치상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위치상표 심사에 관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도 출원인이 위치상표로 출원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출원된 표장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선언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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