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초마다 욕설…욕설…그러던 아이들이 달라졌다

75초마다 욕설…욕설…그러던 아이들이 달라졌다

입력 2012-12-22 00:00
수정 2012-12-2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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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언어 문화 개선 도전 7개월

“아주 잘생긴 남학생인데 만약 습관처럼 거친 말을 쓰면 사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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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대구 상인동 달서공고 시청각실. 언어 습관을 고치기 위한 토크 콘서트가 한창이다. 사회자의 질문에 남학생 150명 시선이 무대 위 또래 여학생들의 입에 꽂혔다.

“아무리 잘 생겨도 욕하는 사람은 너무 싫죠. 그래도 마음에 든다면 욕하는 버릇은 고쳐주고 싶어요.”

학생들 사이에 박수가 터져나온다. 남학생들에게는 교사의 열 마디 훈계보다 여학생의 한마디가 더 가슴에 와닿는 모양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총이 지난 4월 청소년들의 욕설과 비속어를 순화하기 위해 시작한 학생 언어문화 개선 사업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 사업은 청소년 한 명이 대화 도중 75초 간격으로 욕을 내뱉는다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됐다. 달서공고 등 100개교를 선도학교로 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7개월이 흐른 지금 교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달서공고만 해도 지난 7개월간 진행한 말 습관 개선 프로그램이 14개에 이른다. 방송작가를 섭외해 학생들이 쓰는 말이 방송 언어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고 “말을 내뱉기 전 세번 생각하자.”는 취지의 ‘삼사일언’(三思一言) 운동도 벌였다.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건 토크 콘서트였다. 앞선 콘서트에는 시내버스 기사, 아파트 경비원, 교사 등 평소에 학생들이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초대됐다. ‘친절 버스 드라이버상’을 받은 김상철(55)씨는 콘서트 무대에 올라 버스 안 아이들의 욕설을 들으며 가슴 아팠던 기억을 털어놨고, 아이들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 연천 전곡고는 학생끼리 ‘비밀 짝꿍’을 정해 서로의 언어습관을 기록한 뒤 몰래 전달했다. 정비호(51·여) 교사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욕을 하는지 모르는 아이가 대부분”이라면서 “친구가 적어준 기록을 보며 자신의 잘못된 언어 습관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욕의 숨은 뜻을 배워 스스로 욕을 줄이게 하는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경기 수원 안용중학교는 학생들에게 ‘욕사전’을 직접 제작하게 함으로써 욕의 어원과 뜻을 알게 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 월랑초등학교에서는 자주 쓰는 욕설을 종이에 써서 버리는 ‘욕설 휴지통’을 설치했다.

정 교사는 “아이들 귀에도 자신의 욕설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별 생각 없이 욕을 해대던 학생들 스스로 욕설이 귀에 거슬린다는 얘기다. 친구가 비속어를 말하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리는 분위기도 생겼다. 달서공고 2학년 최재영군은 “내가 대수롭지 않게 쓰던 욕이 얼마나 심한 뜻인지 배운 뒤로는 아무래도 내뱉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2-12-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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