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처벌 위헌제청 논란…학계·여성계 우려

성매매 여성 처벌 위헌제청 논란…학계·여성계 우려

입력 2013-01-10 00:00
수정 2013-01-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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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산업 키우는 결과 초래할 수도”

법원이 성매매특별법상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 남아있지만 법원의 이런 판단에 대해 학계와 여성계는 “성매매 산업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성매매를 개인의 의사 결정 자유권 문제로 볼 수 있느냐다.

위헌심판 제청을 한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인 간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됨에도 이 법률 조항은 변화된 사회 가치관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의 자기결정 문제” 논란…성매매 창궐 우려도 = 성매매를 자기결정권 차원의 문제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학계와 여성계 모두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양현아 서울대 법대 교수는 10일 “한국처럼 성매매가 대규모 산업화한 나라에서 아무 전제 없이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으면 성매매가 더 창궐할 가능성이 크고, 이를 사생활의 자유로 보는 것도 옳지 않다”며 “성매매를 줄일 수 있는 다른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매매는 간통과 달리 돈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순수한 자기결정권의 범위를 넘은 규제 대상이라고 본다”며 “다만 여성들이 성매매에 뛰어들지 않게 하는 교육·복지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한국의 성매매는 서구처럼 개인 간 일대일 거래 행위가 많지 않고 집단화·산업화한 양상”이라며 “이런 식의 법적 판단이 이어지면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성 산업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성계 내에서는 보수·진보진영 간 반응이 다소 엇갈리지만 법원이 밝힌 위헌제청 취지에 논란 소지가 있다는 점은 양측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성매매를 자기결정권 차원에서 해석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성매매 여성이 자활을 통해 다른 생계 수단을 찾도록 도와야지 그 자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위헌제청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진보성향 여성단체들은 “위헌제청 결정의 정확한 취지를 파악하고 나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반응이다.

한 진보 여성단체 관계자는 “자칫 성 판매를 노동으로 인정하고 용인하자는 식이 될까 조심스럽다”며 “성매매를 여성 인권이나 건강권 보호가 아닌 노동권 보호 측면에서 보는 것은 여성계에서 아직 논란이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위헌제청에 관한 의견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soultra******’는 “성매매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해당한다는 의견은 무분별한 자유권 해석이자 사회 계약으로서 법치를 훼손할 수 있는 과도한 주문”이라며 “성매매 노점상도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korea*****’는 “차라리 싱가포르처럼 성매매 여성은 모두 법적 등록을 해 보건당국이 매달 확인하게 하고 여성이 결혼할 때 남편에게 이를 알리도록 해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어떨까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성매매특별법 10년째…한계도 뚜렷 = 위헌제청 논란과 별개로 성매매특별법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성과와 함께 뚜렷한 한계도 지적된다.

2004년 9월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집창촌 등 성매매 집결지를 집중 단속하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 행위를 강도높게 처벌하면서 ‘성매매는 엄연한 불법’이라는 의식을 사회에 확산하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 이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음성적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른바 ‘풍선 효과’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이 집계한 성매매사범 검거 인원이 2009년 7만3천8명에서 2010년 3만1천247명, 2011년 2만6천136명, 2012년 2만1천123명으로 계속 감소 추세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유사성행위나 주택가·오피스텔 등에서 벌어지는 변종 성매매는 적발이 어려운 만큼 검거 인원이 감소했더라도 실제 성매매사범 규모는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의 2012년 신·변종 성매매업소 단속실적에 따르면 마사지업소, 유흥업소, 풀살롱, 오피스텔, 키스방, 립카페 등 신·변종 성매매업소 적발 건수는 2011년 33건에서 2012년 63건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적발 인원도 181명에서 236명으로 늘었다.

하태훈 교수는 “성매매 행위가 적발돼야만 처벌하는 현행 성매매특별법은 적발되지 않은 이들과 불균형을 야기할 수밖에 없어 처벌을 피하고자 음성적 성매매가 생겨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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