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으로 가고싶어”…성폭행피해 초등생 절규

“엄마 뱃속으로 가고싶어”…성폭행피해 초등생 절규

입력 2013-01-10 00:00
수정 2013-01-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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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공판서 어머니 통해 판사에 편지…”많이 많이 혼내주세요”

“나를 주기려(죽이려) 했던 아저씨를 판사 아저씨가 많이 많이 혼내 주셔야해요.”

성폭행 피해 초등학생 A(8·초교1)양이 재판부에 보낸 편지가 어린이를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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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아저씨께… “나쁜 아저씨 혼내 주세요”  전남 나주 초등생 성폭행 피해 초등생인 A양이 10일 자신을 성폭행한 고모씨를 혼내 달라고 재판부에 쓴 편지. A양은 어머니를 통해 공개된 편지에서 “집에 와서 또 데리고 갈까 봐 겁이 난다.”며 많이 혼내 줄 것을 부탁해 법정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광주 연합뉴스
판사 아저씨께… “나쁜 아저씨 혼내 주세요”
전남 나주 초등생 성폭행 피해 초등생인 A양이 10일 자신을 성폭행한 고모씨를 혼내 달라고 재판부에 쓴 편지. A양은 어머니를 통해 공개된 편지에서 “집에 와서 또 데리고 갈까 봐 겁이 난다.”며 많이 혼내 줄 것을 부탁해 법정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광주 연합뉴스
A양은 10일 오전 광주지법 201호에서 열린 성폭행범 고모(24)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방청하러 가는 어머니의 손에 수첩을 찢어 앞뒤로 빼곡히 쓴 편지 한 장을 쥐어줬다.

’제판사(판사) 아저씨께’라고 수신인을 적은 A양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는 “엄마가 나쁜 아저씨를 혼내주러 가신다 해서 제가 편지 썼어요”라고 적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A양이 사건 후 겪은 고통과 두려움을 짐작케 한다.

”판사 아저씨 나를 주기려(죽이려) 했던 아저씨를 판사 아저씨가 많이 많이 혼내 주셔야 해요. 그 아저씨가 또 나와서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또 대리고(데리고) 갈가봐(갈까봐) 무서워요. 그 아저씨가 또 대리고 가지 못하게 많이 많이 혼내주세요. 제가 말한 그대로 엄마께 아저씨한테 욕편지 보내도 돼조(되죠). 제가 쓴 편지대로 소원 드러(들어) 주세요. 제판사 아저씨랑 엄마랑 가치(같이) 많이 많이 혼내주세요.”

짧은 편지에 “많이 많이 혼내주세요”라는 말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

검찰의 요청으로 발언 기회를 얻은 A양 어머니는 울먹이며 편지를 읽어내려간 뒤 딸의 상태를 전했다.

A양 어머니는 “법정에 온 이유는 아저씨가 (사회로) 절대 못 나왔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바람을 전하기 위해서”라며 “곧 있으면 새 학기인데 학교 가기도 싫어하고 ‘엄마 뱃속으로 다시 넣어달라’거나 ‘아저씨가 목 조르는 게 자꾸 생각난다’는 말도 한다”고 흐느꼈다.

A양의 편지는 검사도 울렸다. 광주지검 형사 2부 최영아 검사는 목이 멘 채 당시 상황 설명을 곁들여 구형 의견을 제시했다.

A양이 집에서 자다가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당한 지난해 8월 30일 새벽은 태풍 덴빈이 상륙했으며 장소는 어두운 다리 밑 물가였다.

고씨는 목을 조른 뒤 A양이 숨진 줄 알고 현장을 떠났지만 A양은 의식을 회복하고도 몇 차례 실신해가며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11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최 검사는 강조했다.

A양은 지금도 비가 오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검찰은 살인까지 하려 한 고씨의 죄질과 수사 중에도 피해자의 상처에 무관심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하듯 하는 반사회적 행태,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겪은 심신의 고통 등을 고려해 사형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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