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형배 교수 정년퇴임
“정년퇴임이 별건가요. 학교에서 정한 퇴임날이나 그 다음 날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음악가야 평생 음악가 아니겠어요.”김형배 서울대 기악과 교수
“배가 난파돼 무인도에 가면 의학을 한 사람은 의사 노릇을 하고 농사짓던 사람은 농사를 지을 텐데 평생 앉아서 베토벤 소나타만 치던 나는 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음악 공부를 했다면 많은 사람에게 음악의 원리를 가르쳐 주고 하다 못해 풀피리라도 불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김 교수는 퇴임 직전 음악교육 전문 지도자 과정을 서울대 평생교육원에 신설했다. 음악 전공자가 그렇게 많은데도 정작 비전공자에게 음악을 가르칠 좋은 선생이 적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영감을 얻었다. 이제껏 전공자를 위한 지도자 과정은 많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생활 음악을 가르칠 전문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은 해당 과정이 처음이다.
“학교 폭력이 계속 이슈화되니까 재작년부터 인성 교육을 한다고 정부가 학교 오케스트라를 늘렸어요. 그런데 학교에선 좋은 선생님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때 생각했죠. ‘아, 지도자를 키워야겠다’라고요.”
김 교수는 동네 조기 축구팀처럼 일상 속 사람들 간의 유대감이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 유대가 음악이라는 끈을 통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담겨 있다. 한편 이날 김 교수 외 고전문학연구의 권위자인 권두환(국어국문학과) 교수,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 계승자로 유명한 이애주(체육교육과) 교수, 개교 이래 첫 여성부총장이었던 박명진(언론정보학과) 교수 등 44명이 정년 퇴임했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03-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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