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전관’

‘바보 전관’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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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이 안 되는 재산에도 불구하고 20년간 꾸준히 나눔의 삶을 실천해온 전 대법관’, ‘일주일에 두 번씩 무료법률 상담에 나선 전 헌법재판소장’.

조무제 전 대법관
조무제 전 대법관
고위공직자들의 퇴임 이후 전관예우 행보에 대한 국민의 눈총이 따가운 가운데 거액을 거머쥘 수 있는 로펌행을 거부한 채 기부 및 무료 봉사활동에 나선 두 법조인의 낮은 행보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법조계의 대표적인 딸깍발이인 조무제(71·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전 대법관이 지난 20년 동안 모교인 동아대에 발전기금을 전달해온 사실이 12일 뒤늦게 알려졌다.

2004년 대법관을 끝으로 34년간의 법조인 생활을 마감한 조 전 대법관은 1993년 100만원의 학교발전기금 전달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8110만원을 기부했다. 2009년부터는 월급을 쪼개 매달 50만원씩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이 대학 법학과 61학번인 조 전 대법관은 거액의 보수가 보장되는 변호사 개업이나 로펌행을 거절하고 2004년부터 모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1993년 공직자 첫 재산공개 때 25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부친 명의의 예금 등 6434만원을 신고해 고위법관 103명 중 꼴찌를 차지했다. 그는 법조계의 오랜 관행이던 전별금을 받아서 법원 도서관에 기부하고, 대법관 시절 전세 보증금 2000만원짜리 원룸에 거주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청빈한 삶을 고집해 왔다. 이런 그의 삶 때문에 현 정부 출범 때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권오창 동아대 총장은 “이 시대 최고의 청백리로 불리는 조무제 전 대법관의 모교에 대한 남다른 사랑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조 전 대법관이 기부한 발전기금을 장학금 등 학교발전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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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오른쪽) 전 헌법재판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무실에서 법률 상담을 하고 있다. 2007년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하면서 “퇴임 후 법무법인에 취업하지 않고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로 활동하겠다”고 약속한 이 전 소장은 앞으로 매주 화·목요일마다 무료 법률상담을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이강국(오른쪽) 전 헌법재판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무실에서 법률 상담을 하고 있다. 2007년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하면서 “퇴임 후 법무법인에 취업하지 않고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로 활동하겠다”고 약속한 이 전 소장은 앞으로 매주 화·목요일마다 무료 법률상담을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1일 퇴임한 이강국(68·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전 헌재 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법률구조공단에 퇴임 후 첫 모습을 드러냈다. 6년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기를 마치면 법률구조공단에서 법률서비스 봉사를 하겠다”고 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전 소장은 공단 2층 한쪽에 마련된 전용 상담실에서 2시간 동안 3건의 법률 상담을 했다. 재개발 지역 아파트 분양 계약 파기로 계약금 일부를 받지 못해 소송 상담을 의뢰한 한모(70·서울 동작구)씨와의 첫 상담에서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지 못했다. 이 전 소장은 계약내용 등을 물어본 뒤 “재개발 조합 탈퇴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패소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못해 죄송하지만 소송 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서류로만 접했던 국민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생생한 목소리로 듣게 돼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이 전 소장은 앞으로도 로펌이나 공직에 나갈 뜻은 없다고 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시간씩 정기적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서울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3-03-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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