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의료공백 실태
지난 18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대둔도에 사는 김모(46)씨는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다 복수가 차는 등 위급한 상태를 맞았다. 그러나 이곳에는 공중보건의가 상주하는 보건진료소가 없어 119헬기로 목포지역 병원을 급히 옮겨졌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지난 11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서 급성 패혈증 증상을 보인 환자가 목포해경 헬기로 육지 병원으로 급히 후송되고 있다.
목포해경
목포해경
전국의 산골과 낙도 등 오지는 대부분 이런 형편이다. 전남의 경우 공중보건의가 없는 보건진료소는 329개에 이른다. 이들 진료소엔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공무원이 배치돼 있다. 이처럼 공중보건의가 턱없이 부족해 오지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응급환자가 생길 경우 환자와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강풍 등으로 행정선이나 응급헬기가 뜨지 못할 경우 목숨을 부지하기가 힘든 상황도 발생한다.
강원지역 시골 보건지소들은 치과보건의가 부족해 순회진료를 펼치며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다. 홍천군 내촌면 김상필(80) 할아버지는 “읍내 병원이 멀어 보건지소를 드나들며 풍치 치료를 받고 있지만 1주일에 한번씩 순회 진료차 들르는 치과보건의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공중보건의 역시 2010년 370명, 2011년 330명, 지난해 288명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도내 보건소 13곳은 평균 4~5명씩, 보건지소 95곳은 3명에서 적게는 1명의 공중보건의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공중보건의 2명이 근무하던 보건지소에 1명만 배치되거나 치과보건의가 없는 보건지소가 속출하고 있다.
단양군의 경우 7개 보건지소에 총 15명의 공중보건의가 배치됐지만 치과 공중보건의가 있는 곳은 영춘보건지소가 유일하다. 공중보건의 2명이 환자를 진료하던 가곡보건지소는 보건의 감소로 인해 수년 전부터 보건의 1명이 지키고 있다. 공중보건의가 계속 감소하면서 치과의사를 필요로는 하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소망은 언제 이뤄질지 막막한 실정이다.
단양군 가곡면 사평1리 안용호(57) 이장은 “가곡보건지소에 치과의사가 없다 보니 이가 아프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면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단양군보건소에도 치과의사가 있지만 환자가 몰릴 때는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 차를 타고 25분이나 가야 있는 영춘보건지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인 송광면 후곡리 유남희(50·여)씨는 “감기 등 단순한 증세는 진료소에서 해결하지만 심근경색이나 화상 환자 등 응급환자는 시내까지 119구급차로 옮길 수밖에 없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일선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들은 “의사가 없다 보니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 처치가 안 돼 애태울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홍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단양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13-03-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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