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힘들지 않아요” 한국 찾은 입양 소녀들

“함께여서 힘들지 않아요” 한국 찾은 입양 소녀들

입력 2013-07-05 00:00
업데이트 201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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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족과 함께 방한해 친부모·위탁모 만나

“함께면 힘들지 않아요” 한국 찾은 입양소녀들 지난달 22일 미국 입양인 헤일리 오하라·레이철 시턴·리아 스테이퍼만(14·여) 양은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1999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의 원래 이름은 이나현·이현정·김은주. 이들은 입양인으로서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친자매처럼 지내고 있다.  << 동방사회복지회 제공 >>
“함께면 힘들지 않아요” 한국 찾은 입양소녀들
지난달 22일 미국 입양인 헤일리 오하라·레이철 시턴·리아 스테이퍼만(14·여) 양은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1999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의 원래 이름은 이나현·이현정·김은주. 이들은 입양인으로서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친자매처럼 지내고 있다.
<< 동방사회복지회 제공 >>
”한국은 정말 놀라워요. 풍경도 멋지고 모든 것이 깨끗하고 예뻐요. 이곳을 떠나 다시 미국으로 가려니 슬퍼지려고 해요.”

헤일리 오하라·레이철 시턴·리아 스테이퍼만(14·여) 양은 지난달 22일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1999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의 원래 이름은 이나현·이현정·김은주. 갓난아기일 때 동방사회복지회와 미국 입양기관인 딜런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국으로 간 한인 입양인이다.

외모마저 똑 닮은 동갑내기 세 소녀는 각각 오클라호마, 텍사스, 미주리에 살고 있어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딜런 인터내셔널이 해마다 여는 한국문화캠프(Korean Culture Camp)에서 만나 친자매처럼 지내고 있다.

오하라 양과 시턴 양은 막 걷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캠프에서 만나 알고 지냈고 4년 전 스테이퍼만을 만나면서 ‘미녀 삼총사’가 됐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스테이퍼만) 학교 농구 대표팀으로 활동할(오하라) 정도로 활동적인 이 소녀들은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로 5시간씩 통화를 하고 매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남들과 다른 외모로 놀림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할 때 서로 큰 위로가 됐다.

4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만난 시턴 양은 “어렸을 때 저의 동양적 외모를 신기하게 여긴 친구들한테서 놀림을 당해 속상한 적이 많았다”면서 “친구들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위로받았고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잘 지낼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다른 사람들이 입양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에요. 하지만 때때로 입양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인 시선을 마주하게 될 때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참 다행이죠.”(스테이퍼만)

오하라 양은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이 친구들뿐”이라며 “대부분 사람은 입양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제가 입양된 사실을 잊었지만 두 친구는 저를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만나는 시간과 관계없이 만났을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라고 입을 모은다.

양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이들은 약 보름간 서울·경주·부산 등지를 여행하며 추억을 쌓았고 스테이퍼만 양과 오하라 양은 친부모를, 시턴 양은 위탁모를 만났다.

시턴 양은 “13년 전 나를 딸처럼 키워주신 분이라 그런지 친가족이 아닌데도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오하라 양은 “서울에 온 지 이틀 만에 친부모님을 만났는데 나보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더 긴장했다”며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어서인지 다소 낯선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다른 형제자매도 함께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모님들도 이들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스테이퍼만 양의 어머니 다이앤 스테이퍼만 씨는 “아이들이 양가족 외에 한국에 또다른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세 아이는 입양인으로서, 한국인으로서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다”며 웃었다.

4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오하라 양의 어머니 안젤라 오하라 씨는 “남편의 사망으로 가족끼리 한국에 오자는 계획은 이룰 수 없었다”며 “이 가족들이 없었다면 남편 없이 이곳에 올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세 소녀는 이날 다른 입양인 6명과 함께 서대문구청으로부터 명예구민증을 받았다.

”모국, 고국이라고 하기에는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어서인지 낯선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번 방문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제 입맛이 친부모님을 닮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친부모님, 형제자매들, 한국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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