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대회 ‘공문서 위조 파문’ 전말

세계수영대회 ‘공문서 위조 파문’ 전말

입력 2013-09-09 00:00
업데이트 2013-09-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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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 위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수사 착수 한 달 보름여 만에 끝났다.

광주시는 한국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했지만, 유치 과정에서 국무총리·장관 서명을 위조한 혐의를 받으면서 빛이 바랬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기소내용에 대해 반박하고 있어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문서 위조 사건을 문제 삼아 예산 지원 방침을 철회하겠다는 방침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공문서 위조 발단

광주시는 대회 유치를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로 2012년 대한수영연맹 의결(3월), 대한체육회 의결(3월), 문화체육관광부승인(4월), 기획재정부 및 문광부 최종승인(10월)을 거쳐 같은해10월 19일 국제수영연맹(FINA)에 공식의향서를 제출했다.

시는 올해 2월 21일 정부로부터 “정부가 수영대회를 지원하겠다”는 보증서를 받았다. 당시 보증서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최광식 문광부장관의 사인이 기재돼 있었다.

광주시는 지난 4월 2일 유치신청서 초안(PDF)을 국제수영연맹에 제출하면서 “2011 대구육상대회 때처럼 정부가 1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구체적 지원액수 등이 담긴 ‘임의의 내용’에다 지난 2월 받은 총리와 문체부장관의 사인을 스캔해 가필했다.

이와 관련, 구속기소된 실무자 한모(6급)씨는 검찰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와 관련해 대회 유치 조언을 해주는 컨설팅회사로부터 정부 보증서를 서한문 형태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컨설팅업체에 서한문 형태로 바꾸라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와 문체부 장관 사인이 스캔돼 가필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문서 위조 사실은 코넬 마르쿠레스쿠 국제수영연맹 사무총장 등 실사단 4명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면담(5월 1일)하기에 앞서 광주시가 ‘사인이 위조된’ 초안을 정부에 건네면서 발각됐다(4월 25일).

◇정부와 광주시 이후 조치

초안을 받아본 정부는 애초 총리사인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고, 광주시는 실무자를 엄중히 경고하고 정부에 사과했다.

광주시는 정부가 애초 보증한 내용대로 수정해 중간본과 최종본을 국제수영연맹에 제출했다.

국무조정실과 문체부는 5월 1일부터 8일까지 공문서 위조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총리실과 문체부는 당시 직원들 간 오간 이메일과 각종 서류를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감사를 벌여 “매너리즘 우월주의에 빠진” 한씨의 단순한 실수로 잠정 결론지었다.

이에 광주시는 실무자를 징계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감사결과 통보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 징계를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문서 위조 파문 본격화

공문서 위조 사실은 정부가 처음으로 인지한 지 석 달이 다된 지난 7월 19일 수면으로 불거졌다.

세계수영대회 개최지 결정 당일, 최종 프레젠테이션 발표 5시간 30분 전 모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 밖으로 알려진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시 언론에 “강운태 시장 검찰 고발” “대회 유치해도 정부지원 없다”고 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국기문란행위” “중대범죄”라는 문체부 관계자의 발언이 여과 없이 전해졌고, 관련 기사에는 광주시민을 모욕하고 전라도를 비하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공문서 위조 사건과 무관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댓글들이 수백∼수천건씩 달렸다.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은 언론 최초 보도 사흘 후인 7월 22일 브리핑을 열어 광주시가 세계수영대회 유치과정에서 정부 보증서를 위조한 사실을 공개하고 ‘수영대회 유치위 관계자’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문체부 입장 발표 다음날 공문서 위조 사건에 대한 엄정한 처리 입장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강경모드’가 재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7월 24일부터 유치위원회 관계자 10여명을 1∼5차례 소환조사했고, 강운태 광주시장 집무실, 김윤석 사무총장 자택 및 사무실, 유치위원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9일 김윤석 유치위원회 사무총장과 한모씨를 구속기소하고, 유치위 관계자 2명을 입건유예했다.

◇정부 예산 지원 철회 논란… “공문서 위조사건과 별개 처리해야”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은 지난 7월 22일 브리핑을 통해 공문서 위조 사건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광주시는 정부 문서를 수정해 국제수영연맹에 제출해 대회를 유치했기 때문에 재정 지원 철회 방침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공문서 위조 사실이 발각된 후 국제수영연맹 실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지와 성공개회 희망 의사를 전달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코넬 마르쿠레스쿠 국제수영연맹 사무총장은 대회 유치 확정 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원을 다짐했다. (공문서 위조가) 문제될 게 없다. 합법 공정하게 심사해 확정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와 약속 파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공문서 위조 사건을 트집 잡아 광주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역 내 여론도 있다.

광주지역 체육계 인사는 “정부의 재정 지원은 국제스포츠계와 약속”이라며 “공문서 위조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와 별개로 정부 지원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체육계 인사는 “국제체육대회 중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면서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세계수영대회를 유치한 성과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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