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로 본 대치동 논술강사 ‘고달픈 삶’

법원 판결로 본 대치동 논술강사 ‘고달픈 삶’

입력 2013-12-01 00:00
업데이트 2013-12-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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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재판부 “퇴직금 지급 대상”

수능이 끝나고 논술·면접으로 입시생들 관심이 옮겨간 시점. ‘사교육의 메카’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이름 난 논술학원 강사로 일하는 삶은 어떨까.

회사에 메인 직장인과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 선택과 높은 연봉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이들 삶도 고달프기는 매한가지라는 사실이 최근 한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

김모(43)씨 등 강사 18명은 지난 2011년 11월 대치동 모 논술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6년 동안 일하다가 그만뒀는데 학원 측이 퇴직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원 측은 논술강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각자 능력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개인 사업자 혹은 도급 계약에 따른 수급인일 뿐이라는 논리였다.

강사들은 학원에 입사하면 전임강사가 되기 전 2~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쳤다. 이 기간에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수습 교육을 받았고 통상 월 10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자신의 희망과 달리 대표이사 의견에 따라 수업을 배정받는 경우가 많았다. 강의능력, 수강생 호응도 등이 고려됐고 특정 강의를 맡은 뒤 수강생이 줄면 해당 강의에서 퇴출됐다.

학원 측은 참고 서적을 지정해 강사들에게 읽도록 한 후 평가를 했고, 세계사와 철학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참석을 지시했다. 학부모 설명회에서 발표와 상담을 맡기기도 했다.

강사들은 강의뿐 아니라 학사행정, 자습감독, 학원 재등록 권유 등의 업무를 맡았다. 휴강 기간에는 7일에 걸쳐 오후 10시까지 ‘역사 배틀’이라는 이름의 집중적인 역사 교육을 받았다.

강사들의 수입은 연간 2천만원부터 1억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수강생의 나이와 숫자 등에 따라 강의 1회당 최소 4만5천원, 최대 총 수강료의 50%를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다.

이에 법원은 강사들이 학원 측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다고 보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2부(조해현 부장판사)는 강사 18명이 논술학원을 상대로 낸 퇴직금 소송의 항소심에서 “총 1억2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심처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사들이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고 사업 소득세를 원천 징수당한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인 사정으로 미뤄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가 맞다고 결론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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