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울지만…단원고, 일상속으로 ‘첫걸음’

하늘은 울지만…단원고, 일상속으로 ‘첫걸음’

입력 2014-04-28 00:00
업데이트 2014-04-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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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지 열사흘째인 28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등학교 정문으로 교복을 입고 형형색색 우산을 든 학생들이 삼삼오오 들어갔다.

웃음소리는 없었지만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 짓는 얼굴과 학교 앞 슈퍼와 문방구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풍경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사고 이후 전 학년이 등교한 첫날이지만 학년에 따라 파란색, 노란색, 흰색 명찰을 단 학생들의 모습만 봐서는 이 학교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학교 앞길 양쪽으로 나붙은 희생 학생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 10여 개와 그 밑으로 걸린 실종 학생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 정문 앞 책상 아래위로 놓인 수만 송이 국화와 편지, 일부 학생 가슴에 달린 ‘근조’ 리본이 이곳이 단원고임을 말해줬다.

오랜만에 아들,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일부 학부모들이 곳곳에 걸린 리본과 편지에 적힌 글을 읽으며 눈물을 훔쳤고 학교 앞 문방구 주인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채 “많이 쓸쓸하시죠”라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따금 희생된 학생이 누워있는 운구차 행렬이 학교를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빠져나갔고 경찰관 8명과 안전지킴이 로보캅순찰대원 3명은 그때마다 긴장한 표정으로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학생들의 등굣길을 안내했다.

학생들은 곳곳에 걸린 리본과 편지, 눈물을 훔치는 학부모에 잠시 눈길을 건넸고 운구차가 지나갈 때에는 잠시 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학생들은 그러나 활기차지는 않아도 망설임 없는 걸음으로 뚜벅뚜벅 교문을 지나 교실로 향했다.

오전 9시께 등교하는 꽃 같은 학생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학교 앞 공원의 푸르른 신록과 봄비를 머금고 흐드러지게 핀 다홍색 철쭉이 눈에 보였다.

지난 16일 사고 이후 임시휴교에 들어갔던 단원고는 이날 1학년과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은 2학년 13명, 3학년 505명 등 전 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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