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설’은 박지만 먼 친척의 빈말서 싹 터

‘미행설’은 박지만 먼 친척의 빈말서 싹 터

입력 2015-01-05 15:40
수정 2015-01-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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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가 미행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박 경정이 가공해 문서화

지난해 정치권을 뒤숭숭하게 했던 ‘박지만 미행설’은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취지의 말이 와전되면서 언론 지면에 오르고, 또다시 부풀려져 정보 담당 공직자의 문건에까지 담겨 사실처럼 떠돌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지만 미행설’의 전말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지만 EG 회장을 정윤회씨가 미행한다는 설(說)은 박 회장의 먼 친척인 김모씨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김씨는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다룬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동향보고 문건에도 등장한다. 김씨는 어린이회관 관장을 지낸 박 회장의 외당숙 고(故) 송모씨의 처조카다.

김씨는 동향보고 문건에서 “내가 정윤회씨를 잘 아는데 그를 만나려면 7억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는 인물이다.

김씨는 2013년 말께 박 회장에게 미행설에 대해 언급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정씨가 미행한다는 취지의 말이었던 것으로 박 회장은 기억했다.

김씨는 당시 박 회장에게 “정씨가 약점을 잡기 위해 미행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작년 1월 박 회장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의 동향 정보를 다루는 박관천 경정으로부터 김씨의 말보다 살이 더 붙은 미행설을 들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카페 운영자가 정씨의 사주를 받고 (박 회장을) 미행한다”는 얘기였다.

이를 계기로 박 회장은 미행설이 사실인 것처럼 믿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 회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미행설이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무렵 박 회장은 사석에서 다른 친한 지인들에게 자신이 미행당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 이것이 미행설 보도로 이어졌다.

박 회장으로부터 미행설을 들은 지인 중 한 명이 시사저널 측에 그 내용을 발설했고, 작년 3월 ‘오토바이 미행설’이 지면에 실렸다.

시사저널 보도가 나온 뒤 박 회장은 김기춘 실장으로부터 “미행 관련 자료가 있으면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같은 달 박 회장은 측근 전모씨를 시켜 박 경정에게 자료를 달라고 했다.

청와대를 나와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근무하던 박 경정은 A4 4쪽 분량의 문건을 작성한다. ‘회장님 미행관련 건(件)’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미행자의 신원과 당시 정황 등 매우 구체적인 정보가 곁들여져 있었다.

문건에는 정씨가 작년 10월 청와대 비서진을 만나 “만약을 대비해 박지만의 약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박 회장에 대한) 동향 관찰을 지시했고 동향 보고가 미미하자 직접 미행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정씨와 친분이 깊은 남양주 카페 주인 B씨의 아들이 오토바이로 몇 번 박 회장을 추적했는데 꼬리를 잡지 못했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런 내용은 모두 박 경정이 가공한 허구인 것으로 파악됐다. B씨와 그의 아들은 검찰에서 “정씨를 전혀 모르고 오토바이를 보유한 적도 없으며 누군가를 미행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박 경정마저도 검찰 조사에서 “문건 내용은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박 경정은 작년 3월28일 박 회장 측에 이런 허구의 첩보 문건을 건넸다. 박 회장은 이 문건을 청와대에 넘겨주려 했지만 박 경정이 이를 적극 만류하면서 전달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미행설은 김씨→박 회장→박 회장 지인→시사저널로 전달된 근거 없는 풍문에 불과했다”며 “그 과정에서 박 경정이 마치 미행설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허위 내용을 문건으로 꾸며 박 회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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