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중간 수사 결과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국토교통부의 조사 전 과정에 개입하면서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토부가 박창진(45) 사무장을 불러 조사한 지난달 8일 조 전 부사장은 측근인 객실승무본부 여모(58)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뭘 잘못했느냐.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박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게 뭐가 문제냐. 오히려 사무장이 (나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꾸짖는 등 수차례 지시성 질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7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 항공기 안전운행 저해 폭행, 형법상 업무방해, 강요 등 4가지 혐의 외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증거인멸을 주도한 여 상무와 그에게 조사 내용을 넘겨준 김모(53) 국토부 조사관도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여 상무에 대해서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램프리턴’(탑승 게이트로 비행기를 돌리는 일) 후 재출발 직전 여 상무에게 휴대전화로 ‘서비스 하나 제대로 못 하고 비행기를 연착시킨 것에 대해 (승무원, 사무장을) 문책할 예정이니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조사가 진행된 지난달 8~12일 조 전 부사장은 허위 진술을 하는 한편, 여 상무로부터 국토부 조사 내용과 박 사무장, 일등석 승객 박모씨 회유 경과 등 조직적인 은폐 과정을 휴대전화와 이메일로 실시간 보고받고 ‘사태 잘 수습하세요’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조직적인 사건 은폐, 조작 시도에 조 전 부사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가 이동 중인지 몰랐다’며 항공기 항로 변경 혐의를 부인해 왔지만 당시 KE086편의 상황이 JFK 공항 폐쇄회로(CC)TV에 모두 찍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항공기가 10m가량 이동하다 갑자기 3분간 멈춘 뒤 되돌아가는 장면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여 상무는 지난달 11일 검찰의 대한항공 본사 압수수색 당시 임직원에게 자료 삭제와 PC 바꿔치기를 지시하고, 박 사무장에게 허위 경위서 작성을 강요하는 동시에 국토부 제출용 확인서를 대신 작성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너의 딸이자 부사장이라는 지위를 남용해 법질서를 무력화한 사안”이라며 “영문도 모른 채 연착해야 했던 승객 247명은 물론 책임을 뒤집어쓸 뻔한 승무원과 사무장, 사건 은폐 과정에서 불법 지시를 강요받은 대한항공 임직원들 모두 2차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수사 의뢰한 대한항공의 국토부 공무원 좌석 승급 특혜 의혹과 조 전 부사장의 일등석 무료 탑승 의혹 등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5-01-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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