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 형제복지원 허가 취소 전 이미 매각

‘인권유린’ 형제복지원 허가 취소 전 이미 매각

입력 2015-01-08 11:17
수정 2015-01-0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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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매각 몰랐다”…법인재산 국가환수 계획 차질 예상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인권유린 행위가 자행됐음에도 20년 넘게 ‘복지 재벌’로 존속해온 형제복지원(현 느헤미야)이 지난해 부산시의 법인설립 허가 취소 전에 이미 매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형제복지원
형제복지원
부산시가 느헤미야의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하기 전인 지난해 5월 말에 법인 대표로 등재된 A(62) 씨는 “단순히 법인 대표가 바뀐 것이 아니라 법인 자체를 매입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정확한 매각대금을 밝히지 않았지만 사회복지업계에서는 장기차입금과 연제이자를 떠안는 조건으로 최소 4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느헤미야의 법인재산은 기장군의 중증 장애인시설 실로암의 집, 사상해수온천 등을 포함해 221억원, 부채는 장기차입금을 포함해 대략 180억∼220억원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박인근 전 대표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제대로 된 복지법인으로 만들어 보려고 느헤미야를 매입해 부채를 갚는 등 정상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미 박 전 대표 부자의 개인 범죄가 사법처리된 상황에서 법인허가 취소는 부당한 처사”라고 말했다.

A씨는 평생 번 수백억원의 재산으로 부산에서 5개의 비영리 공익재단을 설립한 바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6월 10일 느헤미야에 대해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법 위반, 행정처분 미이행, 대표이사의 횡령, 재정 정상화 미흡을 이유로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법인해산 명령을 내렸다.

1960년에 설립돼 재육원, 욥의 마을, 형제복지지원재단에 이어 지난해 2월 느헤미야로 법인명을 변경한 형제복지원은 설립 54년 만에 허가가 취소됐다.

애초 부산시는 형제복지원 허가를 취소해 청산 절차를 밟은 뒤 부채를 제외한 법인 재산을 국고로 환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인근(84) 전 대표 측이 부산시의 허가 취소 전에 수십억원의 매각대금을 챙긴 뒤 법인운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부산시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부산시는 오히려 느헤미야를 사들인 법인으로부터 부당한 허가취소를 반려해달라는 소송을 당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느헤미야가 매각된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고 사회복지법인 매각은 관련법에 규정이 없어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다”며 “느헤미야의 법인설립 허가취소 사유는 충분하며 재판에서도 이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은 “과거 형제복지원과 부산시 공무원은 유착의혹이 나올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미 대표와 법인이 바뀐 상황에서 이전 법인의 허물을 빌미로 허가취소와 법인해산을 밀어붙인 것은 형제복지원의 존재인 법인을 서둘러 없애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느헤미야의 전 대표를 지낸 박인근 씨와 그의 아들(39)은 지난해 횡령혐의로 기소돼 아들은 5월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박 전 대표는 뇌출혈로 거동이 불편해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선량한 시민의 불법 감금,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암매장, 성폭행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에서는 1975년부터 10여년간 각종 인권유린 행위로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551명이 숨졌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잠시 세상에 알려졌지만 20년이 넘도록 묻혀 있다가 2012년에 한 피해자의 국회 앞 1인 시위와 시민단체, 피해자, 정치권의 노력 끝에 현재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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