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헌재 앞질러 과거사보상법 적용기준 제시

대법, 헌재 앞질러 과거사보상법 적용기준 제시

입력 2015-01-23 12:31
수정 2015-01-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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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소지 지적’ 법률조항 오히려 엄격히 해석해 논란

대법원이 과거사 보상법률 적용과 관련한 보수적 기준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는 와중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970년대 ‘문인 간첩단 사건’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18조 2항에 따라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며 별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3∼2008년 생활지원금 명목으로 보상금을 받은 이 사건 원고들은 2009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 2011년 재심 무죄 판결과 상관없이 위자료 청구를 각하당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유사한 규정을 둔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과거사 피해보상법률의 관련 규정 해석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보상법 18조 2항은 법원 스스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헌재가 심리 중인 법률 조항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오재성 부장판사)는 1970년대 억울하게 옥고를 치르고 재심에서 누명을 벗은 김모씨 사건에서 “민주화운동보상법 18조 2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던 김씨는 2005년 보상금 1천여만원을 수령하고 2013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손실보상과 손해배상은 엄격히 구분되는 개념인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배상 청구권을 제한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소송을 중단하고 헌재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은 사람은 가구당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이라며 “오히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국가배상을 받게 되는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문인 간첩단 사건’ 피해자 등은 정부로부터 위자료를 받지 못하게 됐다. 헌재가 나중에 민주화운동보상법 18조 2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해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민사사건의 경우 판단 근거 조항에 위헌 결정이 나와도 그 결정이 소급되지 않는다”며 “대법원이 헌재를 앞질러 기준을 제시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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