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전 이상무!” 서울역 노숙인 돌볼 ‘새 형님’

”서울역전 이상무!” 서울역 노숙인 돌볼 ‘새 형님’

입력 2015-01-28 07:27
수정 2015-01-2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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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파출소 노숙인전담 한진국 경위

“에이, 안 싸운다고 했잖아. ○○야 왜 그러냐, 안 그러기로 해놓고서”, “아이고 형님, 죄송합니다”

지난 27일 오후 4시께 서울역 지하도.

옆에서 시끄럽게 떠든다는 이유로 다른 노숙인과 싸움을 벌이던 한 노숙인에게 다가간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한진국(54) 경위가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며 말리자 그가 ‘꾸벅’ 절을 하며 사과했다. 그러고는 능글맞게 방금까지 삿대질하며 싸우던 노숙인에게 미안하다며 악수를 청했다.

바로 인근 지하도에는 노숙인 5명이 모여 낮술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 경위가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며 어깨 밑에 팔을 넣어 노숙인을 일으키자 그들은 군소리 없이 자리를 떴다.

한 경위는 지난 15년 동안 ‘큰형님’으로 불리며 노숙인들을 돌보다 최근 승진해 서울역파출소를 떠나게 된 장준기 경감의 뒤를 이어 ‘노숙인 전담’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힘들고 어려운 업무 탓에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낸 후임자 공모에 계속 지원자가 없다가 마지막 날 한 경위가 유일하게 손을 들면서 공백을 메웠다.

장 경감 역시 “한 경위가 업무이해도가 높고 봉사정신이 투철해 적임자”라고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 한 경위는 일찌감치 ‘자천타천’ 장 경감의 후임자로 거론됐다.

20여 년간 외사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한 경위는 지난해 2월 서울역파출소에 발령받았다.

정장을 차려입고 외국 귀빈을 경호하는 일에 싫증을 느껴 어려운 이들 가까이로가 보듬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가 선택한 ‘경찰인생 제2막’이었다.

한 경위는 파출소에 오자마자 장 경감의 보조를 자처해 서울역 일대 노숙인들을 만나고 다니며 그의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런 덕에 27일 오전 장 경감이 한 경위와 함께 서울역 일대를 돌며 노숙인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을 때 그들은 이미 ‘후계자’ 한 경위의 이름을 부르며 익숙한 듯 인사를 건넸다.

떠나는 장 경감도 노숙자들에게 “한 경위를 잘 부탁한다”며 따뜻한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한 경위 홀로 정기 순찰을 나갔을 때에도 노숙인들이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반가워했다.

”공직자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지, 내가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한 그는 서울역 순찰에 기자가 동행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장 경감의 후임이라는 자리 때문에 앞으로 관심을 받게 될 것에 부담을 느낀다며 그저 평범한 경찰관으로 대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한 경위는 “궂은일도 소명의식이 없으면 못하지 않나”라며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그저 이 일을 하면서 마음의 위안과 보람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들에게 회초리를 든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라며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보듬어주면서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경위는 28일부터 장 경감 없이 본격적으로 홀로 일을 시작한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그는 “큰 목표랄 것도 없다”며 담담하게 답했다.

”목욕하고 싶다고 하면 목욕시켜주고, 머리 깎고 싶다고 하면 이발해주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노숙인들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고 힘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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