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라져도 도둑은 없다?

데이터 사라져도 도둑은 없다?

입력 2015-02-10 00:06
수정 2015-02-1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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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 접속 휴대기기 무단 사용…전파는 재물 포함 안돼 절도 아냐

홍모(29)씨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업소의 무선 인터넷이 느린 탓에 홍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핫스팟’(무선랜 서비스)을 켜 인터넷에 접속했다. 홍씨가 오후 2~4시 한 일은 인터넷 검색과 회사 상사에게 전자우편 하나를 보낸 게 전부. 하지만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한 홍씨는 경악했다. 2기가(GB)가량이 소진돼 이번 달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씨는 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오류가 아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제서야 사라진 데이터의 비밀을 찾아냈다. 휴대전화 핫스팟에 5개 기기가 접속해 있다는 표시가 있었던 것. 얼마 전 친구를 위해 핫스팟 비밀번호 설정을 풀었다가 재설정하는 것을 깜빡했던 게 떠올랐다. 다행히 월간 사용량을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홍씨는 데이터를 도난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처럼 동의 없이 타인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면 절도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형법 329조에 따르면 절도란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는 것인데 데이터는 재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준석 변호사는 “재물을 정의한 조항을 보면 동산과 부동산, 전기까지는 재물에 포함되지만, 컴퓨터 파일과 전파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손해가 심각하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게임 ‘아이템’을 훔치는 것도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아이디를 해킹해 범죄를 저지른 상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5-02-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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