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1심은 무죄 판결…2심은 ‘정당방위’ 인정안해
폭력남편을 발로 차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여성이 2심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아 유죄 판결을 받았다.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윤모(40.여)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 윤씨에게 선고한 무죄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윤씨는 지난 2012년 4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려던 중 갑자기 술에 취한 남편 이모(45)씨로부터 머리채를 잡혔다. 이씨는 7년 전부터 알코올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고 술에 취하면 아내를 때렸다.
윤씨는 이씨가 계속해서 머리카락을 강하게 잡아당기자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뒤를 돌아 이씨의 배를 찼다. 이씨는 뒤로 넘어져 방바닥에 크게 머리를 부딪쳤다. 이어 다음 날 이씨가 집 근처 병원에 가서 수액주사를 맞던 중 높이 69㎝의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이씨는 급성 뇌출혈 진단을 받고 이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들은 윤씨의 행위가 폭력을 쓰는 남편에게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윤씨가 발로 차 이씨가 넘어져 머리를 부딪치면서 뇌출혈이 왔다고 판단했다.
또 윤씨가 이씨의 손을 뿌리친 시점에서 이미 위협 상황이 끝났다고 보고 ‘정당방위’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씨가 다시 폭행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다고 해도 그런 주관적 평가만으로 공격을 한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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