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위원장 해외공장 방문…”노조 집행패권 사로잡히면 안돼”
이경훈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은 현대차의 생존전략은 ‘노사 신뢰’라고 강조했다.전직 노조위원장 등과 지난 4일부터 11일간 독일, 러시아, 체코, 중국의 자동차산업과 현대차 현지공장을 둘러보고 온 이 위원장은 “현대차 노사가 선진 자동차업체에 비해 많은 것이 부족하고, 폴크스바겐이 왜 세계 최고의 자동차업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느꼈다”며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변화 발전하는 것이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을 우리의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에 어려움이 발생할 때 선진 자동차업체는 과감하게 공장 폐쇄를 감수하지만 현대차는 공장을 폐쇄할 경우 경영악화 도미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노사가 말로만 상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가슴을 열고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올해 현대차 노사관계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럽의 임금체계는 톱니바퀴가 맞아 돌아가는 기계처럼 노사가 서로 인정하는 합리성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1993년 아우디가 판매 저조로 위기를 맞았을 때 노사협의에서 해고를 자제하고 노동시간과 임금을 각각 10% 정도 줄이기로 합의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유럽의 임금체계를 높이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산별노조와 기업별노조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독일 사례를 들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각 기업의 현실이 다른 경우 독자노선을 걷기도 할 뿐만 아니라 폴크스바겐에서는 독일 산별노조(IG Metal)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말한 뒤 “이런 과정을 거쳐 2007년 이후 독일 자동차산업은 한 차례의 파업도 없었다”며 비록 국내 자동차산업이 산별노조를 채택하고 있지만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국내 공장 경쟁력에 대해 그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사 모두 안주해서는 안 되고 국내공장 투자를 통해 고용안정과 임금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국내 공장에는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한 고부가 가치의 차종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노조도 집행 패권에 사로잡히거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변화를 위한 노조의 역할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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