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서 방화범으로 몰린 40대 재판서 누명 벗어

혼수상태서 방화범으로 몰린 40대 재판서 누명 벗어

입력 2015-03-17 07:30
수정 2015-03-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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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김모씨와 함께 경기도에서 중고가구매매업체를 운영하던 신모(42)씨는 이듬해 9월 업체 창고에서 동업자 김씨와 자금관리 등에 대한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그러던 중 창고에 불이 났고, 상반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신씨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3주가량 의식을 잃고 있다 깨보니 신씨는 자신이 김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창고에 불을 지르고 김씨에게 화상을 입힌 ‘파렴치범’이 돼 있었다.

얼굴과 몸 등에 12주가량 치료가 필요한 2도 화상을 입은 김씨는 신씨를 ‘방화범’으로 지목했다.

말다툼 도중 화가 난 신씨가 창고에 있던 책상 밑에 시너를 뿌렸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 시너통을 빼앗아 밖에 두고 와 보니 이미 신씨가 불을 지른 상태였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었다.

자신도 창고에 난 불이 옮아붙어 화상을 입었다는 김씨의 진술은 강력한 증거가 됐다.

그러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신씨는 오히려 김씨가 자신의 등에 시너를 붓고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바닥에 뒹굴다가 김씨가 계속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는 것을 보고 정신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서로 상대방이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는 상황. 검찰은 혼수상태였던 신씨보다는 119에 직접 화재 신고까지 했던 김씨의 말이 더 믿을만하다고 보고 신씨를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현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 방화 치상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을 질렀다는 증거는 김씨의 진술밖에 없지만, 화재현장 상황과 두 사람이 입은 화상 형태 등을 고려할 때 김씨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씨가 책상 밑에 시너를 뿌렸다”는 김씨의 진술이 객관적인 현장상황과 모순된다고 밝혔다.

화재현장 사진을 본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센터 화재수사팀 수사관이 책상 밑에 시너를 뿌렸다면 주변이 온전할 수 없는데, 현장을 보면 책상 아래 집기들이 대부분 불에 타지 않은 상태였다고 진술한 부분이 그 근거가 됐다.

김씨는 시너통을 밖에 두고 와서 소화기로 불을 껐다고 진술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시너통에서는 소화제 분말이 발견됐다. 화재가 진압된 후에 시너통이 밖으로 옮겨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상반신에 고르게 화상을 입었는데, 대검 화재수사팀에서는 방화자가 스스로 자신의 몸에 인화물을 붓고 불을 붙인 경우 대체로 화상이 한쪽으로 치우치므로, 피고인이 입은 화상형태는 타인이 신씨의 몸에 시너를 뿌린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무죄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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