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 악화 우려…교육부, 기재부와 법률 개정 협의
전국 초·중·고교가 중앙부처 땅을 허가받지 않고 점유했다는 이유로 시·도교육청에 부과된 변상금이 1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 등으로 안그래도 열악한 지방교육재정에 또 다른 악재인 셈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26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기획재정부 등의 중앙부처가 학교의 국유지 점유를 이유로 시·도교육청에 부과한 변상금은 144억8천100만원이다.
변상금은 전국 92개교, 138개 필지(6만5천742㎡)를 대상으로 하고 대구, 광주, 세종, 제주를 제외한 13개 시·도교육청에 부과됐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기획재정부가 부과한 금액이 144억4천9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토교통부가 2천800만원, 산림청 400만원이다.
이 중 시·도교육청이 납부한 금액은 1억1천600만원에 불과하다. 143억6천500만원은 미납 상태다.
교육부의 전수조사 결과 전국 868개 초·중·고교가 교육부 외 중앙부처의 땅 74만7천937㎡(재산가액 3천330억3천만원)를 점유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변상금과 별도로 기획재정부 등 3개 부처가 교육청에 부과한 사용료는 6억9천100만원이다.
교육부가 전국적으로 다른 부처의 땅을 점유한 학교와 변상금, 사용료 규모 등에 대한 파악에 나선 것은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2011년 정부가 국유재산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국유재산 사용료를 면제받으려면 중앙부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비롯됐다.
초·중·고 공립학교를 담당하는 교육청이 갑자기 땅을 소유한 중앙부처에 사용료를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기획재정부 소유 부지 등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올해 1월까지 기획재정부 땅을 점유한 부당이득에 따른 변상금을 내라는 소송을 22건 제기했고 작년 12월에는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최종심에서 승소했다.
반면, 교육당국은 변상금, 사용료 부과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50년 넘게 학교시설로 사용된 국유지에 대한 변상금, 사용료 부과는 예상하지 못한 조치로 교육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학교 설립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산 구분도 명확하지 않았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과거 지어진 학교들은 대부분 해당부처와 임대계약을 했다는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현재 국유지를 사용하는 초·중·고 가운데 50% 이상이 1955년 이전에 설립됐다.
교육당국은 앞으로 중앙부처가 국유지 무단점유를 이유로 변상금, 사용료를 교육청에 부과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의 중앙부처 국유지 점유면적은 교육부까지 포함할 경우 618만6천㎡(재산가액 2조8천591억원)나 되고 연간 사용료는 714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변상금, 사용료의 면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국유재산특례제한법 등의 법령 개정을 요청했다.
박주선 의원도 “해방되기 전이나 6.25 전후에 지어진 학교에 대해 이제 와서 사용료를 납부하라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와 공익성을 고려할 때 학교 부지는 국유지 사용료를 면제하거나 무상 양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련 법률의 개정을 통해 불필요한 소송과 행정력 낭비를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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