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좌절감 때문…분노 못 참는 사회로 바뀌고 있어”
13일 서울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 1명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사격한 후 자살한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묻지마형 분노 범죄’로 보고 있다.총기 사고 가해자 최모(24)씨가 현역 시절 B급 관심병사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그가 사회나 조직에 대한 부적응자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한, 숙식을 함께하는 동원예비군 훈련 도중 갈등을 빚어 이런 일을 저질렀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의 상체 부분을 조준해서 사격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분노형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사회적 박탈감과 극단적 분노가 잔혹한 범죄 형태로 표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통제 불가능한 분노 속으로 몰아넣는 사회 구조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의 형태”라면서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특징은 사회 부적응자이거나 사회적 반감, 반사회적인 태도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많은 경우 이들은 사회 때문에 자신이 큰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한다”며 “이 피해의식 때문에 사회 구성원 그 누구라도 관계없이 복수의 도구가 되어 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이들의 경우 국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나 실망이 상당히 큰 상황에서 예비군 훈련 같은 국가의 부름을 받았을 때 분노의 감정이나 피해 의식이 더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누군가로부터 받은 감정적 모멸감과 배제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다중살해적 공격행위를 한 것”이라며 “해외의 캠퍼스 내 난사사건과 유사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분노 해소 또는 이를 참는데 취약해지는 젊은이가 많아지고 있다”며 “자세한 정황은 모르지만, 전날부터 1박2일을 함께 훈련한 동료와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점점 참지 못하는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다”면서 “발전을 갈구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한국 사회가 최근 정체기를 만나 기대와 현실이 다른데서 오는 좌절감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 정신과 교수는 “과거 임병장 사건처럼 이번 사건 역시 총을 쏜 사람에게 충동조절 장애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젊은 남성층 가운데 충동조절장애로 인해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세종시와 화성시에서도 재산 갈등으로 분노를 참지 못해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2월 27일 강모(50)씨가 세종시에서 사실혼 관계 여성의 오빠와 아버지, 동업자에게 엽총을 난사하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보다 이틀 뒤 전모(75)씨가 화성시에서 형과 형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엽총으로 쏘고 역시 자살했다.
이날 사고처럼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홧김에 가격한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3월 경남 진주의 한 인력공사 사무실에서 일용직 노동자 전모(55)씨가 노동일을 구하러온 다른 50대 남성 3명에게 이유없이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작년 8월에는 전북 군산에서 여대생 오모(18)씨가 귀갓길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모르는 사이인 조선족 심모(40)씨에게 오른쪽 허벅지를 찔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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