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보건환경연구원 원상민씨 ‘감염실태 조사 보고서’
꿀벌은 복합질병에 걸려 폐사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또 질병에 걸리더라도 증상 없이 폐사하는 경우가 많아 양봉농가에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진단 시기를 놓쳐 피해가 확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울산보건환경연구원 가축위생시험소 원상민 수의사는 이런 내용이 담긴 ‘PCR기법을 이용한 꿀벌질병 감염실태 조사’ 연구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연구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29개 농가 188건(한 건에 폐사한 꿀벌 및 애벌레 30마리 기준)에 대해 이뤄졌다.
꿀벌과 애벌레가 폐사에 이른 질병을 농가별로 보면 석고병이 전체의 96.6%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석고병은 애벌레가 곰팡이에 감염돼 석고처럼 딱딱하게 변해 폐사하는 병이다.
곰팡이 감염병의 하나인 노제마병은 전체의 55.2%, 세균 감염병인 미국부저병은 48.3%, 날개 불구병은 17.2%, 낭충봉아 부패병과 케시미어병은 3.4%로 각각 나타났다.
한가지 질병에 걸려 폐사한 농가는 6곳으로 전체 29개 농가의 20.6%였다.
두 가지 이상 복합질병에 걸려 꿀벌과 애벌레가 폐사한 농가는 전체의 79.3%인 23개 농가로 분석됐다. 세 가지 이상 복합질병에 걸려 폐사한 농가는 48.3%인 14개 농가, 네 가지 이상 복합질병에 걸린 사례는 17.2%인 5개 농가로 각각 집계됐다.
원 수의사는 “폐사한 꿀벌과 애벌레는 대부분 2개 이상의 복합질병에 감염됐다”며 “특히 미국부저병 등 세균과 케시미어병 등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폐사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꿀벌이 질병에 걸리면 임상증상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꿀벌과 애벌레가 질병에 걸려 증상이 나타난 농가는 29개 농가 중 27.6%인 8개에 불과했다.
원 수의사는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콧물 등 증상이 나타나는 데 폐사한 꿀벌과 애벌레의 70% 이상이 그런 증상이 없었다”며 “이는 양봉농가가 질병에 걸린 꿀벌을 관리하기 어려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양봉농가에서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 원인별로 처방하지 못하고, 경험적으로 약제를 사용해 내성을 키우거나 진단시기를 놓쳐 피해를 확산시킨다고 지적했다.
원 수의사는 “꿀벌이나 애벌레에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지역 가축위생시험소에 신고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감염원인에 따른 체계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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