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조항’ 해석 시 위헌·3권분립 침해 의견 대세
국회가 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29일 통과된 것과 관련해 법조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법률과 어긋나는 시행령을 국회와 정부 부처가 조율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회가 사법부과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개정안의 수정·변경 요구권이 강제성이 있고, 시행령의 효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문제가 있는 시행령에 대해 기관 내에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수정을 강제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면 위헌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개정법에는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 입법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을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강제라는 문구는 없지만 수정·변경 요구를 ‘처리’하고 ‘보고’해야 한다는 문구를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우리 헌법에서는 명령이나 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되면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개정안이 헌법에 규정된 대법원의 심사권과 충돌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헌법에 능통한 한 법관은 “시행령이 입법권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는 헌재와 대법원의 심사권한”이라며 “국회가 나서서 직접 하겠다는 것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모두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법률의 취지에 벗어나는 시행령에 대해 통제가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런 통제를 국회가 나서서 직접 하겠다는 데는 우려를 나타냈다.
장 교수는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법조문은 결국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것으로 연결된다”며 “국회의 판단이 항상 옳을 수는 없는데, 부당한 요구라고 생각되면 법원이나 헌재에 문제를 제기해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회와 정부 사이 다툼에 대해 제3자인 사법부가 아닌 당사자인 국회 스스로가 최종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은 삼권분립의 문제로 이어질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한 의견도 있었다.
한 헌법학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시행령에 따라 법치행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시행령이 많아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다”며 “법률이 그만큼 추상적이라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법률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수정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법률과 배치되는 시행령에 대해 최종적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기 전 모법을 만든 국회와 정부부처가 사전 조율을 할 수 있는 절차규정을 뒀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도 수정 요구에 대해 행정부가 문제가 없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지만 위헌이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부처가 수정요구에 대해 ‘NO’라고 할수 없고, 의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해석된다면 위헌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거란 지적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