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심리부검 활성화 계획 일선에 하달복지부와 자살예방 대책 수립에 적극 나서기로
경찰이 자살예방 대책의 하나로 ‘심리부검’을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은 자살자의 유서뿐 아니라 가족·동료와의 면담 등 자료를 수집해 자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다.
경찰청은 보건복지부와 협업사업의 하나로 ‘심리부검 활성화를 위한 심리지원 안내 시행계획’을 각 일선 경찰서에 내려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만 19세 이상 성인의 변사사건 발생 시 사망 원인이 자살로 명백한 경우 유족에게 심리 지원을 받을지를 물어 사망자와 유족 성명, 연락처 등을 중앙심리부검센터에 제공하기로 했다.
복지부 위탁기관인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유족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지역의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유족 상담을 진행한 뒤 3개월가량 후 유족이 원하면 심리부검을 한다. 이 센터는 1년여간 준비기간 끝에 지난달 19일 개소했다.
심리부검은 자살자의 직업·경제상황, 가족 및 부부관계, 대인관계, 성격 및 스트레스 관리, 건강상태 등을 묻는 면담 형태로 3시간가량 진행된다. 자료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통상 유족 2명을 대상으로 한다.
경찰과 복지부가 심리부검 활성화에 나선 것은 범정부적인 자살 예방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2002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자살률 1위 국가다. 2011∼2013년 연평균 자살자 수는 1만4천631명이며, 이 기간 총 사망자 100명 중 5.5명의 사망원인이 자살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28.6명이다.
과거 자살률이 높았던 핀란드는 1980년대 한해 자살자 전원에 대해 심리부검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살 예방 프로젝트를 추진해 10년 사이 자살률을 20% 넘게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복지부는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전신인 중앙심리부검사업단을 통해 지난해부터 심리부검을 진행해왔으나 심리부검 대상자를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자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이에 따라 모든 변사사건의 1차 조사자인 경찰의 협조를 구해 심리부검의 활성화를 꾀한 것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 관계자는 “자살에 이르게 된 개인 내적인 심리상태는 기존 자살 관련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며 “수년 치 심리부검 결과를 축적해 분석하면 우리나라 자살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리부검을 통해 유족들이 전문가에게 사건 관련 이야기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적 효과가 있다”면서 “과거 심리부검 사례에서 많은 유족이 ‘속 시원하다’, ‘후련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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