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초연금법 목적 우선…차명계좌 소득은 인정 안 돼”
딸에게 빌려준 통장에 거액이 입금돼 통장 잔고가 불어났다면 기초연금 수급권자 지위를 잃게될까.법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노인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기초연금법이 차명계좌와 관련한 보건복지부 처리 지침보다 우선한다고 봤다.
경기도 포천시에 거주하는 A씨는 만 65세가 넘어 기초연금을 받아오다가 지난해 8월부터 갑자기 이를 못 받게 됐다.
앞서 딸 부부에게 자신 명의의 통장을 빌려준 게 화근이었다.
이 통장에 2013년 10월경 9억 원에 가까운 돈이 입금됐다. 이 돈은 딸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남성의 의류매장 전세 보증금으로, 딸 부부는 이후 수시로 이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각종 관리비, 세금, 생활비로 썼다.
그러던 중 통장에 입금된 돈이 기초연금법에 규정된 기준 금액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되자 포천시는 A씨에 대해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지난해 10월 이의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딸의 부탁으로 통장을 빌려준 것일 뿐이니 이를 제외하고 소득인정액을 산출해야 한다”며 의정부지법에 기초연금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이 접수된 지 약 8개월 만인 지난 7일 의정부지법 행정1부(박남천 부장판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통장 속 돈은 딸 부부가 모두 사용하거나 이체한 것으로 확인돼 통장에 입금된 금액을 A씨의 금융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 복지 증진을 위한 기초연금법의 목적에 비추어 이와 같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차명계좌임이 밝혀지는 경우에는 수급권자 명의의 계좌에 돈이 있더라도 금융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법원 판결에 일선에서 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시 관계자는 13일 “차명계좌임에도 금융재산에 합산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 처리 지침을 따랐을 뿐”이라면서 “사법부 판단과 정부 지침이 다른 결과로 나타나니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시는 검찰과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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