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에 농약이’…상주 시골마을 적막감 감돌아

‘사이다에 농약이’…상주 시골마을 적막감 감돌아

입력 2015-07-15 12:43
수정 2015-07-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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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벌 떨린다”…1명 사망 소식에 주민 망연자실

15일 오전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이 마을은 42가구에 주민 86명이 사는 전형적인 시골이다.

지난 14일 오후 경북 상주시 금계1리 마을회관에 소방대원들이 나와있다. 마을회관에선 전날 남은 음료수를 나눠 마신 할머니 6명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경북 상주시 금계1리 마을회관에 소방대원들이 나와있다. 마을회관에선 전날 남은 음료수를 나눠 마신 할머니 6명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이곳은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낮부터 저녁까지 초복 잔치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초복 잔치에는 25명 가량이 참여했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14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6명이 살충제가 든 사이다를 나눠 마시고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뒤 이곳에는 돌아다니는 주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마을 어귀 공터에는 경찰 버스 두 대가 서 있어 스산함을 더했다.

3명으로 한 조를 짠 의경들은 2시간마다 교대로 경찰이 통제선을 친 마을회관을 지켰다.

경찰은 열을 지어 다니면서 마을 주변을 수색하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밤에는 걱정 때문에 노부모를 찾은 자녀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주민은 경찰의 탐문 조사에 응대하기 위해 대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15일 만난 일부 주민은 말을 아꼈고, 일부는 넋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마을회관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그동안 이 동네는 조용했고 다들 화목하게 잘 지냈다”며 “갑자기 이런 일이 터져서 놀란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누가 그렇게 했는지 몰라도 잡으면 똑같은 벌을 줘야 한다”며 “조용한 마을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할머니 6명 가운데 정모(86)씨가 세상을 떠나자 주민들은 망연자실해했다.

길가를 서성거리던 일부 주민은 다른 할머니 몇명도 위독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한 60대 여성은 “벌벌 떨리고 무섭다”며 “마을 사람들 모두 잔치 때나 그 이후에도 외부인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이다는 마을이장 등이 인근 슈퍼에서 샀으며 지난 13일 초복 마을잔치 때 먹다 남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이다에 든 살충제는 2012년부터 판매를 금지한 무색무취의 농약이다.

현재 사이다를 마신 주민 6명 가운데 1명이 숨지고, 1명은 상태가 호전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4명은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상주경찰서는 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공성면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주민 탐문, 수색, CCTV분석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시신을 부검해 사인을 밝히고 다른 환자 혈액 등을 채취해 농약 성분과 섭취량 등을 더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고 동네 주민과 외부인 모두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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