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 알바라더니…” 모집수법 계속 바꿔 구직자 유인 ‘조심’

최근 아르바이트 중개 전문 포털(알바포털)에서 일부 퇴폐업소가 변칙적으로 접대부를 모집해 아르바이트생들이 황당한 일을 겪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바포털은 변칙 모집을 막으려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모집 수법이 날로 진화하는 탓에 대책이 ‘사후약방문’일 때가 많아 구직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전단 돌리기 대신 “술 접대할래?”

20대 여성 A씨는 최근 돈이 급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다가 당한 봉변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A씨는 한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에서 바(Bar) 전단 배포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술집인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시급도 괜찮았고 ‘길에서 전단을 돌리는 일반 홍보’라는 문구를 믿고 업체로 찾아갔다.

1시간가량 전단을 돌리자 업주가 제안했다. “힘든데 전단은 그만 돌리고 가게 안에서 손님을 접대하지 않겠나”라는 은밀한 제의였다.

A씨는 바로 거절하고 1시간 급여를 요구했지만, 업주는 “다 알고 온 거 아니냐”며 돈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역정을 냈다.

이후 A씨가 업주의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를 확인해보니 해당 업체는 일반 술집이 아니었다.

’텐프로’, ‘확실한 수질관리’ 등 홍보 문구를 쓰는 영락 없는 퇴폐업소였다.

A씨는 이러한 사실을 해당 포털에 알리고 자신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구인 공고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공고가 삭제되기까지 하루 이상이나 걸렸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속아서 접대부를 고용하는 술집에 갔던 것도 황당한데 퇴폐업소라는 신고를 받고도 대처가 느려 분통이 터졌다”며 “삭제 전 나처럼 공고를 보고 업소에 접촉한 이들이 많았을 것 같아 속상했다”고 말했다.

퇴폐업소와는 관련이 없는 순수한 전단 홍보 업체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전단 홍보 업체인 펭돌이이벤트 관계자는 “퇴폐업소가 우리 업체의 홍보문구를 그대로 베껴 거짓 공고를 띄우다 보니 억울하게 퇴폐업소와 연관됐다는 오해를 받는다”며 “이 때문에 지원자들이 소문을 듣고 지원 의사를 철회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 알바포털, 대책은 세우지만 ‘역부족’

알바포털도 변칙 모집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등록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계속 새로운 형태의 모집 광고가 들어와 골치를 앓고 있다.

알바포털 시장의 80∼90%를 양분하는 알바천국과 알바몬은 공고 게시 전에 금칙어, 불량 키워드 필터링 등 자동 시스템으로 1차 검수하고, 전문인력이 24시간 육안으로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필터링이 불가능하게 사진 파일로 만든 공고를 게시하는 등 변칙 모집 업체들의 수법도 나날이 진화해 원천 차단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구직자의 직접 신고 등으로 운영되는 사후 검수 제도에서 적발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알바천국과 알바몬에서 지난달 30일부터 1주일 동안 ‘유흥알바’ 카테고리로 신고를 받아 삭제한 공고는 338건이었다.

문제는 신고됐다고 무조건 삭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쟁 사업자의 허위 신고가 많아 신고 즉시 해당 공고를 삭제하면 억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알바천국과 알바몬 전체 카테고리에서 신고가 접수된 공고 2천600건 중 허위 신고로 인정된 공고는 69%인 1천799건에 달했다.

허위신고가 많아 진위 판단에 시간이 걸리고 이 때문에 A씨처럼 삭제가 느리다는 불만이 생긴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결국 황당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구직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업체들은 주의 사항을 알리는 캠페인 등 개인 차원의 예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알바천국은 “구인 공고와 실제 면접 내용이 다를 경우 낭비된 시간을 보상하는 ‘면접비 보상제’, 허위공고 신고시 포상하는 ‘신고포상금제’ 등을 운영하며 구직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도록 ‘클린알바 10계명’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알바몬도 “불량 공고 유형에 대해 구직자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부당한 피해 경험을 공유하는 게시판을 개설하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