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정 총경 동국대 박사논문서 주장
성폭력·가정폭력 범죄로 검거된 10명 가운데 7명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이는 음주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술에 취한 범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가중처벌하는 등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동국대에 따르면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형사과장 이원정(54) 총경은 박사학위 논문 ‘주취폭력 범죄의 처벌에 대한 연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총경은 “상당수 폭력 관련 범죄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했고, 주취 상태가 범행 양상을 과격하게 만들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음주 범죄에 대한 관리는 열악하고 제대로 된 통계도 없다”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의정부시에서 폭력 범죄는 3천747건 발생해 4천851명이 입건됐다. 이 중 61.5%가 술에 취한 피의자였다.
유형별로 보면 단순 폭력 검거자 중에서 주취자는 62.4%였다. 하지만 그보다 죄질이 나쁜 성폭력은 67.9%, 가정폭력은 73.1%였다. 경찰관 폭행, 경찰서 난동 등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무려 87%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질러졌다.
성폭력, 가정폭력, 공무집행방해 등 중요 범죄가 음주 상태에서 일어나지만 현행법은 이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이 총경은 진단했다.
현행법에서 술에 취한 상태를 양형 요소로 판단하는 뚜렷한 기준은 없다. 다만, 만취를 법원이 ‘심신미약’ 상태로 인정하면 감형요소로 작용한다.
2008년 8세 여아를 무자비하게 성폭행해 큰 상해를 입힌 ‘조두순 사건’에서 법원은 범행 당시 술에 취했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량을 줄여줬다.
검찰이 항소까지 포기하면서 조두순이 일반의 상식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됐다는 사회적인 비난이 크게 일었다. 이후 법원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논문에 실린 설문조사 결과에도 이런 국민적 정서가 나타났다.
의정부 시민과 의정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각 37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로는 시민의 86%, 경찰관의 91.2%가 ‘주취상태의 강폭력 범죄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범죄보다 위험하다’고 봤다.
’심신미약 상태이면 양형을 감경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시민 75.3%, 경찰관 74.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오히려 ‘위험성이 크므로 더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항목에 시민 85%, 경찰관 83.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총경은 “음주폭력 범죄자에게 형을 감면해주는 요소를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며 “오히려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고 관리해 상습성 등에 따라 음주 전력을 양형 가중요소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취 강폭력 범죄시 음주 정도를 계량화해 양형에 반영하는 방안에는 시민 67.3%, 경찰관 67.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총경은 “경찰에 주취폭력 전담 부서를 신설해 상습 음주 범죄자를 관리하고 치료 지원 등을 해 줌으로써 재범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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