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 친절 꼽아...”친근감 안들지만 필요한 나라” 절반 응답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가까우면서도 먼 이웃’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일본 사회의 보수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정서적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서로에 대한 친밀감이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신문과 일본의 도쿄신문이 광복 70주년 및 한일 수교 50년을 맞아 실시한 양국 국민 공동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6~17일 양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조사에서 한국인의 13.3%만이 일본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10년 전인 2005년 조사 때 27.9%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2013년 조사(23.6%)에 비해서도 낮다. 하지만, 친근감을 느끼지는 못하나 일본이 한국에 필요한 이웃나라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1.2%로 절반 가까이나 됐다.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는 한데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 껄끄러운 이웃이라는 얘기다.
개인들 사이에도 그렇지만 이러면 최대한 감정개입을 배제하면서 상대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서울신문과 도쿄신문 공동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양국 국민 사이에 패인 감정적·정서적 골을 메울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관광과 만화·에니메이션, 음식, 한류, 과학기술 등 소프트파워에 답이 있다.
한국인에게 일본의 어느 분야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물었더니 15.8%가 관광을, 14.2%가 만화·에니메이션을 각각 들었다. 다음으로 경제(11.7%), 첨단기술(8.9%), 음식(8.8%), 가전·정보통신·전자기기(6.0%) 순이었다. 일본 관광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자는 20대에서 21.4%로 가장 많았고, 만화·에니메이션은 20~40대가 폭넓게 관심을 보였다.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3명(29.6%)이 시민의식 및 친절성을 들었다. 경제력(18.3%), 과학기술(13.1%), 근면·성실·정직함(11.0%) 이 뒤를 이었다. 애국심(4.1%), 문화의 우수성(3.7%)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시민의식 및 친절성이라는 답변은 20대(38.5%)와 남성(31.3%) 사이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한국이 일본에 자랑할만한 점으로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3명(28.5%)이 한류 열풍을 꼽았다. 연예인 및 방송·영화·음악을 선택한 8.4%까지 합치면 10명 중 4명이 한류를 한국의 대표 상품으로 생각하는 셈이다. 애국심을 꼽은 사람도 18.1%나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경제발전(12.8%), 과학기술(7.2%), 음식과 자연환경(각 4.9%) 순이었다.
이번 공동 여론조사는 한국의 에이스리서치와 일본의 아담스커뮤니케이션이 시행했다.
정부가 민관합동한류기획단을 꾸려 한류를 장기적·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나섰다. 서울 잠실에 K팝 전용 공연장까지 만들겠다며 매우 의욕적으로 일을 펼치고 있는데, 정권 차원의 과시적인 정책으로 그치지 않길 기대해 본다.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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