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은 식품첨가물”…시행령은 원산지 표시 대상서 식품첨가물 제외
”소비자를 속이지도 않았고, 법도 지켰는데 하루아침에 부도덕한 업자가 돼버렸습니다.”경북 안동시 풍산읍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며 ‘회곡막걸리’를 생산하는 권용복(45)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거쳐 3대째 90년을 이어 온 양조장이 소비자를 속인 ‘나쁜 업체’로 찍혔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어머니에게 양조장을 물려받을 때만 해도 안동지역 32개 양조장 가운데 회곡양조장은 매출이 최하위권이었다.
권씨의 부단한 노력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양조장은 20년도 안 돼 안동에서 최고 매출을 자랑하게 됐다.
2007년 대한민국주류품평회에서 입선하고, 2012년 쌀가공산업 육성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던 이 업체가 악덕 양조장으로 전락한 것은 지난 18일이다.
이날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이 권씨와 회곡양조장을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산쌀과 수입쌀을 혼합해 막걸리를 만들고서 원산지를 ‘백미(국내산)’으로 표시해 법을 어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씨는 미국산 쌀을 막걸리 제조에 이용한 것은 맞지만, 원산지를 속이는 등 불법은 없었다고 항변한다.
그는 미국산 쌀은 입국(粒麴·누룩의 일종)을 만들 때만 사용했고, 막걸리의 주원료인 술밥(술을 담글 때 쓰는 고두밥)은 100% 국산 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입국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첨가물로 분류하기 때문에 원산지를 별도로 표시할 필요가 없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농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식품첨가물이 원산지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는 술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정부미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서안동농협 햅쌀로 막걸리를 만드는데 술밥 원산지를 속이는 악덕업체로 찍혀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권씨는 “식품첨가물 원산지 표시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산물품질관리원 간 법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며 “법정에서 관련 혐의를 벗을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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