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여러 번 왔지만 오늘이 제일 무서워”
“작년에도 대피소로 오긴 했지만 금방 나가서 볼일을 봤는데 오늘은 무서워서 덥고 불편한데도 못 나가겠어.”20일 연천군 중면 주민 이모(64ㆍ여)씨는 중면 지하 대피소에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북한군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경기도 최북단인 연천군 주민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북한군의 고사총 총격 때보다 더 상황이 위중했던 탓에 북의 도발에 이골이 난 연천군 주민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씨는 “이곳 주민들은 워낙 (이런 일에) 익숙해 있어서 대피방송이 있어도 대피소에 오래 머물지 않는데 오늘은 여기서 더 머물러야겠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있던 주민 강모(88ㆍ여)씨도 “처음 (대피소에) 들어왔을 때는 저녁을 집에서 먹을 생각하고 왔는데 오늘은 불안해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다”고 거들었다.
오후 4시 40분께 대피소에 모인 주민들은 약 4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덥고 불편한 대피소 안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에 쉽게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강씨는 “대피소에 여러 번 왔지만, 오늘이 제일 무서운 것 같다”고 전했다.
중면 사무소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북한군의 추가 포격이 우려되니 대피소로 대피해 달라’는 방송을 했다.
연천군은 주민들에게 식수와 빵 등 먹을거리와 선풍기, 스티로폼 재질의 깔개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습한 날씨와 열악한 대피소 환경 때문에 주민들은 불편해했다.
대피소를 찾은 김규선 연천군수는 “대피소에 에어컨 등 냉방 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10일에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중면사무소 옆 민방공대피소에 북한이 사격한 고사총 실탄 2발이 떨어졌다. 당시에는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 10여발을 쏴 일부 탄두가 우리 측 지역에 떨어진 것이었다.
이날 북한의 포격은 이후 10개월여 만에 이뤄진 것으로, 확성기를 통한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에 반발한 것이다. 당시와는 위중함이 사뭇 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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