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배달 알바 중 척수 다친 고교생 산재 불인정

법원, 배달 알바 중 척수 다친 고교생 산재 불인정

입력 2015-10-11 10:39
수정 2015-10-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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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 지휘·감독 없어 근로자 아냐”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다 사고로 척수손상을 당한 고등학생에게 산업재해 보상을 해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리운전 기사처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란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차행전 부장판사)는 배달대행업체 운영자 A씨가 “사고가 난 B씨의 재해보상액 강제 징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역 음식점들에 배달대행 서비스를 월 10만원에 제공했다. 음식점이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배달을 요청하면 가까이 있던 배달원이 요청을 수락하고서 배달하는 식이다. 배달원들은 고정급 대신 거리 등에 따라 건당 2천500∼4천500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고등학생이었던 B씨는 학교에 가는 주중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주말엔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이 업체에서 일했다. 그러나 2013년 11월 어느 저녁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해 척수가 손상됐다.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요양비와 진료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을 들지 않은 A씨에게 보상액의 50%를 징수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B씨가 근로자가 아니었다며 반발했고 결국 불복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체 배달원들이 음식점들의 배달요청을 골라서 수락할 수 있었다는 점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배달 요청을 거절해도 아무 제재가 없었던 만큼 A씨와 B씨가 근로자의 요건인 ‘임금을 매개로 한 종속적 관계’가 아니었다고 봤다.

또 배달원들이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결근을 해도 상관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B씨가 배달 업무 과정에서 A씨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B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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