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조사
#중증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김모(28)씨는 최근 중소기업에 계약직으로 취업했다. 기쁨도 잠시, 한 달 근무 후 월급 명세서를 받아든 그는 깜짝 놀랐다. 명세서에 1주일치 월급만 기재돼 있었던 것. 김씨가 따지자 회사 측은 “경기가 나빠 나머지 월급은 나중에 주겠다”더니 “앞으로 계속 근무를 할지 말지 결정하되, 한 달 전에는 미리 얘기해야 한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김씨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수룩하게 보고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며 분개했다.직업재활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이 50만원에 못 미치고, 10명 중 1명꼴로 월 10만원도 받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업재활시설의 장애인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49만 5200원이다. 한 달 월급으로 10만원 이하를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의 11.1%나 됐다. 이는 변경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팀이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전국의 직업재활시설 30곳의 장애인 노동자 32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직업재활시설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노동자 중 15.4%는 근로계약서를 받지 않았고, 12.2%는 근로계약서가 뭔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받는 임금을 모르는 장애인도 40.0%나 됐다. 인권위는 “많은 직업재활시설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와 협의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제도의 적용을 받아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제도는 지속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10-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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