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보일러 “고장났다”…노인·장애인 등친 사기단

멀쩡한 보일러 “고장났다”…노인·장애인 등친 사기단

입력 2015-10-28 10:40
수정 2015-10-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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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빌라 주민 153명 당해…수리업체 대표 등 5명 구속·10명 불구속

수도권 일대 낡은 빌라를 돌며 가스 검침원을 사칭한 뒤 보일러가 고장났다고 속여 수리비 수천만원을 챙긴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도 부천 오정경찰서는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안산의 모 보일러 수리업체 대표 A(36)씨 등 5명을 구속하고 B(40·여)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3년 4월 28일부터 올해 4월 9일까지 서울, 인천, 부천 등 수도권 일대 낡은 빌라 밀집지역을 돌며 C(82·여)씨 등 153명으로부터 보일러 수리비 7천2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가스 검침원을 사칭해 집 안에 들어가 보일러가 고장났다며 당장 수리하지 않으면 폭발할 수 있다고 속였다.

A씨 등은 보일러 밸브를 살짝 돌려 물이 새게 한 뒤 이를 손에 묻혀 피해자들에게 보여주며 수리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세를 놓은 빌라에서는 집주인이 고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 과다한 수리비를 청구했다.

이들은 공범인 여성을 먼저 집안에 들여보내 피해자들을 안심시켰고 실제 가스검침원의 복장과 유사한 작업복을 입고 범행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피해자 대부분은 70∼80대 노인, 장애인, 혼자 집에 있는 주부 등이었다.

1년치 생활비와 파지를 주워 팔아 모은 현금 등을 모두 수리비로 사기당한 노부부도 피해자에 포함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28일 “최근 5년간 보일러 수리 피해가 한국소비자원에 600여건 접수됐다”며 “혐의 입증이 어려워 실제 처벌한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업체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3천200여명의 고객 명단과 11억원 상당의 수리비 내역 서류를 토대로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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