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집단 수은중독…15년 만에 처음

노동자 집단 수은중독…15년 만에 처음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5-10-29 13:56
수정 2015-10-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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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전구 광주공장 형광등제조시설 철거업무 중

 남영전구 광주공장 형광등제조시설 철거업무를 했던 철거업체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수은에 중독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수은 중독 증상을 호소하면서 산업재해를 신청한 노동자가 4명에 이른다. 이들을 포함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 21명에 대한 임시건강진단도 진행되고 있어 산재 신청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노동자들의 집단 수은중독은 1988년 온도계 공장에서 수은 주입 작업을 하다 사망한 문송면(당시 15세)군 사건에 이어 2000년 폐기물처리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 3명이 수은에 중독된 사건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철거작업에 투입된 김용운씨 등 6명의 노동자들은 남영전구가 발주한 철거공사를 따낸 하청업체로부터 일당 25만원을 받기로 하고 지난 3월 23일부터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철거하기로 한 공장은 수은 노출 가능성이 높았지만, 당시 일했던 노동자들은 원·하청업체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보호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하던 중 수은 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손발이 저리고, 구토 및 피부 발진, 몸에 힘이 빠지고 식은 땀이 나는 등의 증상으로 일을 나오지 못하기도 했다. 결국 철거작업 도중 현장을 떠나는 노동자가 늘어났고, 4월 7일 남은 노동자들이 작업을 마무리했다.

 김씨는 철거작업 이후 여러군데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원광대병원에서 중금속 중독 여부 검사를 받았고, 수은중독으로 판정됐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고용노동청은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20일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을 투입해 산업안전보건 사업장 감독을 실시했다. 광주고용노동청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남영전구를 비롯해 하도급업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며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광주본부 등 지역노동계는 집단 수은 중독 사건을 촉발한 김철주 남영전구 대표 등 책임자들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광주본부는 “남영전구는 수은에 중독된 노동자들의 산재를 은폐하고 수은을 불법매립한 의혹을 받고 있다”며 “대기로 증발한 수은이 노동자와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남영전구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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