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 적법”…법원 첫 판단

“기업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 적법”…법원 첫 판단

입력 2015-12-17 16:34
수정 2015-12-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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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행정소송 패소…유사 소송 여러 건에 영향 미칠 듯

정부가 부여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이 너무 적다며 기업들이 제기한 행정소송 첫 판결에서 기업이 패소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배출권을 놓고 비슷한 소송이 여럿 진행 중이라 이번 재판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조한창 수석부장판사)는 17일 현대제철이 환경부장관을 상대로 낸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처분 취소 소송에서 현대제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로를 증설한 상태였던 현대제철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규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산정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에 유리하게 할당량이 산정될 수 있는 방식을 환경부가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환경부에 설명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대일개발, 현대그린파워,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 등이 같은 취지로 환경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3건은 이날 변론이 재개됐다.

정부는 올해 1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을 개장했다. 기업은 정부가 정한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많으면 거래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배출권을 사지 못하면 배출권 가격보다 무거운 과징금을 내야 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84개, 철강 40개, 발전·에너지 38개 등 총 525개 업체에 2015∼2017년 3년치 배출권 할당량을 통보했다.

그러나 산업계는 “할당량이 요구했던 것의 80% 수준으로 터무니없이 적다”며 반발했다.

현대제철 등 업체 수십 곳은 배출권 할당을 아예 없던 걸로 해달라는 소송을 연달아 냈다. 업체들은 “과징금 폭탄이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첫 선고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달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3년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 9천450만t이지만 2020년에는 5억 4천300만t, 2030년에는 5억 3천600만t까지 줄여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한다. 이미 대부분 업체가 할당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은 할당량을 거래하겠다’는 거래시장의 취지도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달 15일까지 총거래량은 올해 할당량(5억 4천300만t)의 0.8% 수준이다.

환경부 이형섭 배출권거래제 소송TF팀 과장은 “정부는 지난해 말 배출권을 할당한 뒤 이의신청을 받아 확정하는 등 적법 절차를 거쳤다”며 “정부 조치가 관련 법령에 따른 적법성과 타당성을 지녔다는 점을 사법부가 인정한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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