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못잡은 여대생 성폭행범 검찰이 DNA 임의제출로 잡아내

경찰이 못잡은 여대생 성폭행범 검찰이 DNA 임의제출로 잡아내

입력 2015-12-29 14:51
업데이트 2015-12-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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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내려앉은 새벽이었다. 지난 3월 15일 한 괴한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부산지역 한 원룸에 침입했다.

괴한이 노리던 것은 돈이 아니라, 원룸에서 자고 있던 여대생 A씨였다. 괴한은 A씨를 완력으로 제압하고 성폭행했다.

이 괴한은 범행 후에도 3∼4시간 A씨와 같은 원룸에 머무르며 샤워를 하고, 지문을 없애는 등 주변 증거를 없애고 나서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여성의 몸속에서 범인의 정액을 확보했지만,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을 수 없어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지문 등 다른 증거를 확보하는데도 실패했다. 수사는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석 달 뒤인 6월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될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첫 사건이 일어난 경찰서와는 다른 경찰서 관할이긴 하지만 첫 범행 발생지에서 불과 2∼3㎞밖에 떨어지지 않은 원룸에서 일어났다.

지난 범행과 마찬가지로 새벽녘 얼굴을 가린 괴한은 한 원룸에 침입해 샤워를 하고 있던 중국인 여대생을 폭행하고 제압하려 하다가 여대생이 비명을 지르자 놀라 달아났다.

첫 사건과 범행 시각, 수법 등 모든 면에서 유사한 두 번째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은 각각 다른 결과물을 내놓았다.

경찰은 과일 행상을 운영하는 조모(35)씨를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범행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성폭행 1차례, 주거침입 2차례 등 관련전과가 있는 조씨는 두번째 사건이 발생한 원룸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상당히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더 이상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피해자도 중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결국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조씨는 주거침입죄로 불구속 입건됐다.

원룸에 살지도 않는 조씨가 원룸 1층 입구에 들어간 것에 대한 혐의만 적용된 것이다.

중국 여대생을 폭행하거나 방안에 침입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고, 다른 성폭력 사건과의 연관성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전혀 다른 성과물을 내놨다.

검찰은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조 씨의 여죄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경찰이 확보하지 못한 조 씨의 DNA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냈고, 이를 토대로 지난 3월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범인도 조 씨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검찰의 수사로 조씨는 사건발생 9개월 만인 이달 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부산의 한 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별 사건에서는 입증하기 어려운 범인의 행위를 여죄를 파악해 해결한 사건”이라면서 “불구속 피의자에 대한 DNA를 채취할 수 없는 법률상의 한계에서도 여죄를 밝히기 위해 경찰이 확보에 실패한 DNA를 임의 제출받은 검찰 수사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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