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범죄 묵인하는 대가로 거액 받아 죄질 나쁘다”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측으로부터 수사 무마 등 부탁을 받고 10억원이 넘는 뇌물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모(54) 전 서기관에게 징역 15년이 구형됐다.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검찰 공무원으로서 조희팔 일당의 범죄를 묵인하는 대가 등으로 돈을 받은 점 등을 볼 때 죄질이 나쁘다”면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받은 뇌물 액수는 역대 검찰 공무원 뇌물수수액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징역형과 함께 벌금 40억원과 추징금 19억9천만원을 선고해줄 것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오 전 서기관은 조희팔의 은닉재산을 관리한 고철사업자 현모(53·구속)씨에게서 조씨 관련 수사정보 제공과 수사 무마 부탁을 받고 2008년부터 5년여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현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 15억 8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가 수뢰 정황을 감추려고 동업계약에 따른 투자 수익금을 돌려받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오씨는 또 2008년 3월 조희팔 투자금으로 김천 대신지구(삼애원)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한 장모(68·수배)씨에게서 2억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레미콘 업체 대표 정모(47)씨에게서 2억 1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적시했다.
대구·경북에서 22년간 검찰 수사관 등으로 일한 오씨는 검찰의 조희팔 관련 수사가 진행된 2007년 8월부터 2012년 7월 사이 대구지검 특수부 수사과 소속으로 조희팔 사건 등 지역 범죄정보 수집·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오씨가 고철사업자 현씨를 조희팔에게 소개하고, 개발업자 장씨가 조희팔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조희팔이 불법자금을 은닉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희팔은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년 10월부터 4년 동안 투자자 2만4천여명을 끌어모아 2조5천억여원을 가로챈 뒤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해 도주했다.
오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공무원으로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돈거래를 한 부분은 잘못된 것이지만, 동업계약에 따른 수익 배당을 받은 것이지 뇌물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오 전 서기관 사건 선고공판은 내달 2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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