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붕어빵 소녀’ 그대로 놔두는 게 옳을까요?

‘전주 붕어빵 소녀’ 그대로 놔두는 게 옳을까요?

입력 2016-01-27 10:31
수정 2016-01-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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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론보다는 ‘근본대책’ 마련 시급

지난 주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주 붕어빵 소녀’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간암에 걸린 어머니와 지적장애를 가진 오빠를 대신해 붕어빵을 팔고 있다는 여중생의 사연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타고 퍼져 나갔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여중생은 어려운 형편으로 전주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는 가정의 ‘남학생’이었고, 대학생 누나와 함께 교회에서 마련해 준 붕어빵 포차 2개를 맡아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 역시 간암은 아니지만 우울증과 다른 질병으로 건강상에 문제가 있었다.

이후 사연을 들은 독지가와 일반 시민이 붕어빵 포차로 몰려 길게 줄을 서서 붕어빵을 사가는 ‘훈훈한’ 모습이 연출됐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얼굴과 신분이 노출돼 상처를 받은 뒤였다.

이 교회에서 보호하는 4가정은 모두 편부모 가정으로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은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16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었고, 이 중 8명이 포차 8곳을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부모들은 모두 우울증과 간염, 편두통 등 건강상에 문제가 있어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 아이들이 대신 붕어빵 포차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 교회 관계자는 “포차를 운영해 얻은 수익은 모두 가정에 지급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로는 생활이 어려워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포차를 지원해 줬다”고 설명했다.

SNS에 사연이 알려지고 언론에 기사화되자 ‘아동학대’ 민원 신고가 잇따랐고, 민원 신고에 단속요원들이 포차에 철거 계고장을 보냈다.

다행히 아이들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포차가 철거되지는 않았다.

전주시는 “법도 법이지만 시민 정서를 고려해 철거를 진행하지 않았다. 단속요원 역시 민원신고를 받고 자세한 내막을 모른 채 계고장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원래 포차가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다. 철거가 되기 전에 과도한 관심에 아이들이 자진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붕어빵을 사주는 ‘따뜻한 마음’을 잠시 한쪽에 접어 두고, 상황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포차를 운영하는 아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자원해서 포차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법적으로도 자원해서 아이들이 포차를 운영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거리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당연히 부당하다.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아이들이 하루 12시간 넘게 찬바람을 맞으며 포차에서 일하는 것이 온당한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

다행스럽게 정치권과 자치단체는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역구 의원인 김성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지는 동정이나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아이들의 사연이 안타깝지만,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거리에 나와 있다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며 “부모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도 “현재 자세한 진상 조사와 함께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며 “교회에서 생활하는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대안이 나오더라고 아이들이 길거리에 나서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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