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앓는 나처럼 살까봐”…9세 아들 살해

“정신질환 앓는 나처럼 살까봐”…9세 아들 살해

입력 2016-02-09 11:04
수정 2016-02-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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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맞아 가출 외국인 엄마 찾는데 무력감 겹쳐 극단 선택…40대 아버지 긴급 체포…시신 다리 베고 자다 범행 들통

다문화 가족으로 자란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9살짜리 아들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이모(49)씨를 9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설인 8일 오후 3시 45분께 자택 작은방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얼굴에 뒤집어쓴 채 누운 아들(9)의 다리를 베고 이 씨가 잠든 것을 사촌 동생이 발견해 신고했다.

사촌 동생은 “설인데도 큰집에 차례를 지내러 오지 않아 가봤더니 대문이 잠겨 있고 인기척이 없었다”며 “담을 넘어들어가 두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봉지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누워 있던 아들이 질식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이날 점심 무렵 아들에게 식사 후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비닐봉지를 씌워 숨을 못 쉬게 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자신의 지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해온 약에서 수면제를 분리해 범행에 사용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이 씨는 “아들이 설을 맞아 가출한 엄마를 찾는데다 내가 앓는 정신질환을 물려받고 나처럼 살까 봐 겁이나 죽였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몇 년 전 외국인 부인이 가출하고서 아들과 둘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이 온가족이 모이는 설을 맞아 가출한 엄마를 너무 그리워하는 것을 보고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한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추정한다.

이씨는 범행 직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고 괴로운 심경을 경찰에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복용한 수면제는 소량이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먹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외견상 시신에는 구타 흔적이나 상처가 없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은 비속 살인 혐의로 이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숨진 아들을 부검해 질식 외에 다른 사인이 있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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