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바뀌는 점자 표기
한글 점자의 표기 규칙이 10년 만에 바뀝니다. 전체 71개 규칙 중 43개가 달라집니다. 표기 체계가 변경되면 점자책부터 계단, 엘리베이터 등 일상생활의 점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바뀝니다. 그렇다 보니 일부 표기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립니다. 바로 ‘쌍시옷’(ㅆ)의 표기입니다.개정의 방향은 점자의 보편화·디지털화·국제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점자와 일반 문자의 표기를 되도록 일치시키는 데 방점이 찍혔습니다. 점자 번역을 활성화하고 시각장애인의 교육을 편리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ㅆ’ 받침은 하나의 칸에 두 개의 점을 찍는 방법으로 표기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한 칸에 점 하나씩, 두 개의 칸을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컸다’와 같이 ‘ㅆ’ 받침이 들어가는 단어에는 이전보다 칸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그 대신 정확성은 더 높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쌍시옷의 표기가 이중모음 ‘ㅖ’와 같은 데서 오는 혼선 등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시각장애인들은 “점자의 특수성을 간과했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점자는 각각의 글자를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눠 표기하기 때문에 길이를 최대한 줄이는 경제성이 매우 중요한데 그 원칙이 훼손됐다는 주장입니다. ‘ㅆ’과 ‘ㅖ’가 혼동되는 단어는 일부에 불과한데, 이 희귀한 경우 때문에 경제성을 포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겁니다. 점자책도 부피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 조율 작업을 3월 안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자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번 개정이 27만여명의 시각장애인이 두루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이뤄지길 바랍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02-12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