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자녀학대 부부…렌터카 타고 다니면서 애들은 굶겨

칠곡 자녀학대 부부…렌터카 타고 다니면서 애들은 굶겨

입력 2016-02-21 19:16
수정 2016-02-2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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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출산 ‘준비 안된 부모’…“아이들 맞는데 익숙…공포 시달려”

경북 칠곡에서 자녀 4명을 학대한 혐의로 21일 구속된 20대 초반 재혼 부부인 이모(22)씨와 박모(22·여)씨는 10대 때 각각 아이를 낳아 부모의 역할이 뭔지도 모르는 철부지 부모였다.

각각 결손가정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은 채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굶기거나 폭행했다.

칠곡경찰서에 따르면 이씨와 박씨는 각자의 부모와 오래전부터 연락을 끊고 지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도)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부부 모두 결손가정에서 자랐고, 10대 때 아이를 낳은 뒤 변변한 직업 없이 살아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1993년생으로 만 22세 동갑인 이들은 각자 처음에 다른 상대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뒤 1년여 전 살림을 차렸다.

이씨는 만 17세에 첫 아이를 낳았고 박씨는 만 19세에 첫 아이를 얻었다.

현재 이씨는 만 5세와 만 3세인 딸, 박씨는 만 3세인 딸과 만 2세인 아들을 뒀다.

이들은 2014년 11월에 혼인신고만 하고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칠곡의 한 원룸에서 살았다.

재혼 후 부부는 생후 3개월 아들을 두고 있다.

이들은 젊었지만 마땅한 직업이 없어 행정기관과 복지기관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양육비로 월평균 170만원을 받아 생활했다.

직장을 구하려고 제대로 노력하지도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직업을 구할 의지가 없었는데 행정기관이 조사를 나오면 직업을 구하는 중이라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생활비가 부족했지만, 렌터카를 몰고 다니고 수시로 통닭을 시켜 먹거나 외식을 하는 등 씀씀이가 헤펐다. 그럼에도 자녀들을 제대로 먹이지 않고 수시로 굶겼다.

경찰 관계자는 “건강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3개월인 젖먹이를 제외한 4명의 자녀 모두 상당히 야윈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계획적으로 굶긴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하루에 한 끼만 줄 때도 있었다”며 “아이들에게는 수시로 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아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거나 생활비 부족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등의 이유로 손이나 회초리로 등, 팔뚝, 엉덩이 등을 때렸다.

현재도 5세 딸의 경우 얼굴에 멍 자국이 남아 있다.

아이들은 “혼이 났다”거나 “맞았다”라는 진술을 하지만 어린 탓에 구체적으로 진술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이웃이나 행정기관은 이들의 아동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이 이들의 아동학대 사실을 정부기관 홈페이지 올리면서 범행이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1일 사건을 접수한 뒤 조사에 나서 혐의를 확인하자마자 4명의 아이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보냈다.

생후 3개월인 아이는 위탁가정에 맡겼다.

경찰은 이들 부부를 신체·정서적으로 자녀를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맞는 데 익숙해져 있어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었고 주눅이 들어 있었다”며 “자녀를 제대로 키우지 않고 폭행한 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범죄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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