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마다 “내가 1등”…‘셀프 여론조사’ 믿어도 되나

후보마다 “내가 1등”…‘셀프 여론조사’ 믿어도 되나

입력 2016-02-24 14:35
수정 2016-02-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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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가 여론조사 의뢰해 결과 문자 발송 성행…상대후보들 “터무니없다” 반박

청주에 사는 김모(47)씨는 최근 한 총선 예비후보가 보내온 휴대전화 문자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이 당내 공천 경쟁을 벌이는 여러 후보들을 제치고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주변의 평가와는 너무나 다른 결과에 의외라고 생각한 그는 여론조사 주체를 확인하고서야 ‘그럴 수 있겠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자를 발송한 후보 본인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나온 ‘셀프 여론조사’ 결과였던 것이다.

총선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김씨가 받은 것과 같은 후보 셀프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성행하고 있다.

저마다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임을 자랑한다. 당내 공천이 임박하면서 ‘대세론’을 이끌기 위한 선거 전략이다.

예비후보 스스로 조사기관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뒤 그 결과를 문자 메시지로 유권자들에게 전송하는 것이 허용되면서 생겨난 풍속도다.

그러나 의뢰자의 입맛에 맞는 여론 왜곡이 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공정성 논란과 함께 유권자를 현혹하고, 선거판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청주 흥덕갑에 출마한 새무리당 최현호 예비후보는 지난 21일 “여론조사 결과 당내 1위를 기록했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선거구민에게 발송했다.

당내 공천 경쟁을 벌이는 한대수(25.9%) 후보나 이현희(9.1%) 후보보다 높은 27.9%의 지지를 받았다는 내용이다.(조사기관 리얼미터, 남녀 512명, 유·무선 전화 방식, 95% 신뢰수준 ±4.3% 포인트)

그러나 상대 후보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친다.

한대수 예비후보 측은 “최 예비후보가 돈주고 의뢰한 여론조사인데, 질문 문항이나 조사 지역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정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여론조사 샘플이 512명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흥덕갑 유권자 전체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했다.

청주 청원 선거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새누리당 오성균 예비후보는 지난 23일 인터넷 매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워 자신이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자신의 지지도가 당내 후보는 물론 3선인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후보조차 월등히 앞지르고 있으니 공천을 위한 국민 경선 때 표를 몰아 달라는 호소도 빼놓지 않았다.

도내 한 인터넷 매체가 실시한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예비후보의 지지도는 당내 다른 후보보다 월등히 높은 30.5%에 달하고, 여야 다자 대결에서도 현역인 더민주 변 의원보다 12.2% 포인트 더 높은 25.8%를 기록했다.(조사기관 S&P리서치, 청원 거주 19세 이상 남녀 726명, 유선전화 방식, 95% 신뢰수준 ±3.64% 포인트)

이 선거구에 출마한 더민주 이종윤 예비후보도 같은 당 변 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그 결과를 공개했는데 역시 자신의 변 의원을 앞선다는 결과였다.

이 후보측이 자체적으로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예비후보는 변 의원보다 3% 포인트 높은 23.3%의 지지도를 얻었다고 했다.(조사기관 리서치DNA, 청원 거주 19세 이상 남녀 707명, 유선전화 방식, 95% 신뢰수준에 ±3.7% 포인트)

변 의원 측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변 의원 측은 “이 예비후보를 선택한 지지자 중 상당수가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며 “새누리당에 유리한 더민주 후보가 공천받도록 하기 위한 역선택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또 “경선은 안심번호를 통한 ARS 투표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유선전화를 활용한 여론조사는 유효한 지표가 될 수 없는 돈 낭비”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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