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5000만원짜리 첼로 훔쳤는데 팔 곳이 없었어요”

“1억 5000만원짜리 첼로 훔쳤는데 팔 곳이 없었어요”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6-10 15:04
수정 2016-06-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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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5000만원 상당의 ‘구아르네리우스’ 첼로를 훔쳤다가 팔 곳이 없어 주인에게 돌려주려던 택시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첼로는 ‘스트라디바리’, ‘아마티’와 함께 이탈리아 최고의 현악기 제작 가문으로 꼽히는 ‘구아르네리우스’ 제품이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대학원생이 길거리에 잠시 놔둔 1억 5000만원짜리 첼로를 몰래 훔쳐 달아난 혐의로 택시운전 기사 이모(5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17일 새벽 2시 47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길가에서 대학원생 박모(25·여)씨가 잠시 내려놓은 첼로 가방을 자신이 몰던 택시 트렁크에 싣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훔친 첼로는 1780년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시가 1억 5000만이었다. 첼로 가방만 200만원을 웃돌았다.

이른바 ‘콜’을 받기 위해 잠시 정차하고 있던 이씨는 박씨가 취중에 비틀거리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고 첼로를 훔쳐야겠다는 생각에 2시간가량 박씨를 지켜봤다. 이어 박씨가 첼로 가방만 남겨두고 인근 건물 화장실에 간 사이 재빨리 첼로 가방을 트렁크에 실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씨는 술에 취해 잠을 자는 바람에 지하철 종점인 성수역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정작 첼로를 훔치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되팔기는 어려웠다. 지나치게 고가였고 소유 증서가 없어 되팔았다가는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첼로 가방에 있던 악보에 적힌 박씨의 지도교수 번호를 확인하고 연락했다. 우연히 주운 첼로를 돌려줄 테니 수고비 5만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3일 뒤 이씨는 서울의 한 구청 앞에서 박씨를 만나 첼로를 건네줬지만, 그 자리에서 검거됐다. 이미 박씨는 도난 신고를 한 뒤였고, 인근 폐쇄회로(CC)TV에 첼로를 훔치는 모습이 찍힌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철 취객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귀중품을 갖고 있을 때는 과도한 음주는 피해는 게 범행 대상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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