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야 반갑다”…주문 쇄도 얼음공장 ‘즐거운 비명’

“더위야 반갑다”…주문 쇄도 얼음공장 ‘즐거운 비명’

입력 2016-07-28 11:00
업데이트 2016-07-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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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월 판매량이 1년 매출의 80% 차지…오전 5시부터 일감 몰려“엉덩이 붙일 틈 없어…반팔 옷 입어도 땀 나지만 힘든 줄 몰라”

“잠깐 궁둥이 붙일 틈도 없습니다. 끼니는 빵으로 때우고 거를 때도 잦아요”

지난 27일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얼음 공장. 135㎏짜리 직사각형 대형 얼음을 옮기던 장상현(51)씨가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말했다.

이날 청주의 낮 최고기온은 31.4도를 기록했지만, 얼음공장 냉동 보관창고 온도계는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온몸이 오싹해지는 한기가 느껴질 기온이다.

이 얼음 공장을 15년째 운영하는 장씨는 이날 오전 5시부터 폭주하는 주문에 잠시도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장씨는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반소매 차림으로 일했다. 지게차로 대형 얼음을 운반할 때만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었다.

그는 “얼음을 옮길 때는 힘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땀이 날 지경이지만 지게차를 운전할 때는 몸의 움직임이 적어지기 때문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면서 “자칫 감기에 걸릴 수 있어 외투를 챙겨 입는다”고 설명했다.

쉴 겨를 없이 주문에 맞춰 얼음을 자르고, 운반하며 분주했지만 장씨의 얼굴 표정은 밝아보였다. 닷새째 폭염주의보가 계속될 정도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 같은 여름이야말로 연중 최대의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얼음 수요가 늘어 올 한해 농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가로 140㎝, 세로 55㎝ 크기 직육면체 대형 얼음은 무게가 135㎏에 달하고 영하 8∼10도 제빙실에서 48시간에 걸쳐 완성된다.

제빙실에서 만들어진 얼음 덩어리들은 창고로 옮겨져 보관한다.

식용 얼음은 제조부터 분쇄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얼음 제조 공정 대부분은 자동화됐지만, 쇄빙기를 거쳐 파이프를 타고 쏟아지는 얼음조각을 포장하고 최종 운반하는 일은 여전히 장씨 몫이다.

이 얼음 공장에서는 성수기인 6∼8월 하루 평균 25t의 얼음을 생산한다. 이 중 60∼70%는 청주·증평 수산시장과 재래시장 생선가게로 팔려나간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휴가철인 7월 말에서 8월 초순에는 생산량이 달릴 정도로 주문이 밀린다.

장씨는 “얼음 농사는 매년 6∼8월 3개월에 풍·흉년이 결정 난다”면서 “이 시기 얼음 판매량이 연 매출의 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5∼10시는 얼음 도매상, 수산시장, 빙수 가게 등지에서 얼음 주문이 밀려오는 시간이다. 이날에도 오전 9∼10시 에만 5건의 주문이 들어왔다.

청주시 흥덕구에서 얼음 도매상을 운영하는 우모(64)씨도 이날 오전 대형 얼음과 식용 조각 얼음 총 1.2t을 주문했다.

35년 전부터 청주서 얼음 판매업을 한 우씨는 “얼음은 한 철 장사라서 요즘 열심히 일해야 먹고살 수 있다”면서 “새벽부터 괴산까지 장거리 배달을 나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장상현 청주제빙 공장장은 “최근 제빙기기 보급으로 생산량이 10년 전보다 많이 줄어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요즘 같은 폭염으로 주문이 밀릴 때면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며 “영하 10도의 제빙실에서 땀 흘리는 맛은 아는 사람만 안다”고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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